'수지김 은폐' 이무영 전 경찰청장 집행유예

  • 입력 2002년 5월 17일 11시 34분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金庠均부장판사)는 17일 '수지 김 살해사건' 은폐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과 김승일(金承一)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에 대해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죄 등을 적용, 2명 모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이 전 청장 등이 사건발생 당시 은폐를 주도하지 않았고 13년 뒤 알게 됐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한을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사건을 은폐한 것은 인권 차원에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정원의 상명하복 체계에 비춰 김 전 국장이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이 전 청장 역시 진상이 공개될 경우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전 청장은 2000년 2월 김 전 국장의 요청에 따라 '수지 김 살해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중단시키고 사건 기록을 국정원에 넘기도록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기소됐다가 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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