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영씨 “이렇게 큰 파장 일으킬 줄이야…”

  • 입력 2002년 5월 16일 23시 36분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의 비리에 연루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검찰에 출두한 16일 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 최씨의 전 비서 천호영(千浩榮·37)씨는 “글 하나가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올 줄은 몰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통령 아들의 검찰 소환이라는 엄청난 파문을 몰고온 ‘최규선 게이트’는 천씨가 3월28일 PC방에서 경실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비롯됐다.

이 글은 홍걸씨와 최씨 등이 TPI의 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하고 대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으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본보는 지난해부터 취재해 온 검찰의 TPI에 대한 내사 내용과 천씨의 주장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3월30일자 1면에 ‘체육복표 스포츠토토 2001년 사업권 선정, 고위층 친인척에 로비 의혹’이란 제목으로 이 내용을 특종 보도했다.

현재 친척이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일하고 있는 천씨는 “대통령 아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는 게 좀 부담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70대 노모와 부인, 두 자녀와 함께 서울 송파구의 13평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고 있다.

한 달이 넘도록 매일 이 사건이 보도됐지만 정작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 천씨는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규선이 구속되기 전까지는 각종 협박을 피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그 후에는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신문이나 TV 뉴스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천씨는 “그러나 최규선이가 검찰에 들어가는 모습은 정확히 봤다”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소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최씨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감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