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년의집 유경호교사, 상처난 동심 축구로 치유

  • 입력 2002년 5월 13일 20시 01분


“아이들이 얼마나 땀 흘리며 연습했는데…. 우승은 못했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아이들이 누구보다 자랑스러워요.”

서울 은평구 응암동 ‘소년의 집’ 초등학교 체육부장인 유경호(柳敬浩·53) 교사는 13일 이 학교 여자축구팀이 충남 천안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 준결승에서 대구 상인초등학교 축구팀에 5 대 0으로 패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섭섭했지만 준결승까지 간 제자들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유 교사는 축구팀 운영과 특기적성 교육을 통해 교육에 헌신한 공로로 스승의 날인 15일 정부로부터 홍조근정훈장을 받는다.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소년의 집은 버림받은 유치원 초등학교 어린이 600여명이 함께 살면서 공부하는 사회복지시설이다.

21년 전 부임한 유 교사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힌 때가 많았다”며 “이런 아이들을 위해 ‘아빠 교사’가 되는 것도 보람 있을 것 같아 계속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의 냉대와 무관심 때문에 굳게 닫혀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독서 글짓기 미술 등 특기적성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특히 유 교사는 1999년 체육부장이 되면서 축구에 눈을 돌렸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축구를 통해 자립 의지를 길러주고 싶었던 것. 1975년부터 활동 중인 남자축구부는 전국대회 우승을 다섯번이나 기록했다.

2000년 5월 창단된 여자축구팀은 창단 5개월만에 대한축구협회장기 유소년축구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두차례나 우승해 바람을 일으켰다.

“축구를 통해 아이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면 합니다. 이번 월드컵 때는 아이들에게 경기를 직접 구경시켜 주는 것이 가장 큰 소망입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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