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속 프랑스 ‘서래마을’ 가봤나요”

  • 입력 2002년 5월 9일 18시 24분


서래마을에 있는 한 빵집에서 인근에 사는 프랑스 여성이 빵을 고르고 있다
서래마을에 있는 한 빵집에서 인근에 사는 프랑스 여성이 빵을 고르고 있다
갓 구워낸 바게트(막대기 모양의 프랑스 빵)를 사기 위해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빵집 앞에 줄을 선다. 주택가에서 외국인이 개를 끌고 산책을 하거나 반바지 차림으로 조깅을 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4동에 있는 ‘프랑스타운’ 서래마을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주한 프랑스인 946명 중 570명(60%)이 거주하고 있어 ‘서울 속의 프랑스’로 불리는 서래마을이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주목을 끌고 있다.

서초구는 월드컵대회를 맞아 조만간 대법원에서 방배중학교에 이르는 ‘몽마르트르 2길’에 꽃길을 조성하고, 서래로 양옆에 프랑스 국기와 월드컵기를 게양해 양국간 우호 증진 분위기를 고조시킬 계획이다.

▼교통표지판에도 프랑스어▼

▽서울 속의 프랑스〓반포대교 남쪽의 사평로를 지나 팔레스호텔 뒤쪽의 서래로에 들어서면 먼저 한글과 프랑스어가 병기된 교통표지판과 버스정류장 안내판 등을 볼 수 있다.

서래로 입구에서부터 방배중학교 앞까지 이어진 300m 도로 양옆에는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빨강 하양 파랑의 3색으로 된 보도블록이 깔려 있다.

1985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이곳으로 이사한 주한 프랑스외국인학교에는 현재 270여명의 프랑스인 자녀들이 다니고 있다.

▼빵집-와인전문점등 성업▼

▽프랑스 상권 형성〓외국인학교 이전과 함께 프랑스인들이 이곳으로 점차 유입되면서 이들이 즐겨 찾는 빵집과 와인가게, 미용실 등이 수년 전부터 자리를 잡았다.

9일 오후 서래로 입구에 위치한 빵집 ‘파리 크라상’. 주방에선 프랑스인 메를리 야닉(29)과 루셀 조르주(24)가 열심히 빵을 굽고, 진열대 앞에는 4, 5명의 프랑스인들이 ‘루스틱’(밀로 만든 바게트), ‘쎄레알빵’(잡곡빵) 등을 고르고 있었다.

홍성효(洪成孝·27·여) 점장은 “하루 손님 300여명 중 프랑스인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며 “프랑스인들이 빵을 고르는 것은 일상 생활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고속전철 테제베(TGV)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프랑스인 이짱바르(42)는 “고국의 빵맛을 느낄 수 있어 하루에도 한두 번씩 들른다”고 말했다.

와인 전문점 ‘뚜르 뒤뱅’에는 프랑스산과 이탈리아산 칠레산 등 800여 가지의 수입산 와인들이 진열돼 있다. 와인과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갖춰져 있어 점심시간이면 외국인학교 교사들로 북적인다.

‘르 씨엘’(하늘이라는 뜻)은 프랑스인들이 많이 찾는 미용실. 신성욱(申成旭·30) 사장은 “주말에는 하루에 10명 정도의 프랑스인들이 찾아와 머리를 손질한다”고 밝혔다.

▼전통배우기등 교류 활발▼

▽한-프랑스 문화교류〓지난달 4∼7일 양재동 구민회관에서는 프랑스 연극단체 주관으로 서초구민과 프랑스인 간의 친선을 도모하기 위한 ‘프랑스 연극제’가 열렸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한-프랑스 어린이 동요대회’가 열려 양국 어린이들이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또 매년 추석 때는 서래마을 프랑스인들이 한국인 가정을 방문해 송편빚기 등 전통문화를 배우고, 5월과 10월에는 걷기대회와 구민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화합을 꾀하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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