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살빼기 주사 효과없어요" 아미노필린, 지방분해주사로 오용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20분


치료 효과가 불확실하고 부작용 우려가 있는 속칭 ‘살빼기주사’가 비만클리닉 등 일선 병원에서 널리 시술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비만 클리닉을 중심으로 시술해온 살빼기주사가 비만여성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지난해말 가정의학회와 비만학회 등에서 효과가 없고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며 시술을 중단하라고 권고했었다.

살빼기주사는 기관지확장 효과가 있어 천식 치료제로 사용돼온 아미노필린 피하주사제로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체중감량 효과나 부작용 여부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전혀 없는 약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비만치료제로 승인한 적이 없다. 다만 동물실험 결과 고용량으로 사용했을 때 지방분해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일부 확인됐다는 것. 따라서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지, 살을 빼기 위한 주사량이 얼마인지 결정된 것이 없다.

그러나 관련 학회의 사용금지 권고가 나온 뒤에도 일부 비만클리닉에서는 여전히 ‘특수 용액 주사’ ‘지방분해 주사’ 등의 용어를 사용해가며 살빼기주사를 시술하고 있다.

살빼기주사를 시술하는 비만클리닉은 전국적으로 수십 군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강남구 M클리닉은 “몸 속의 지방을 영구적으로 없애는 방법으로 주사기를 이용한 간단한 시술”이라고 소개하면서 “최소 2, 3개월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맞아야 하며 주사제 2만원 이외에 검사비 18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의 한 클리닉도 “특수용액을 지방조직 내에 주입해 혈관을 통해 지방이 빠지도록 고안된 방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살빼기주사를 고용량으로 투여할 때는 쇼크 등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부작용도 따른다고 지적했다.

대한가정의학회 학술위원인 박용우(朴用雨)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아미노필린 주사제가 비만치료에 이용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주사제로서 효과와 부작용, 적정 용량 등에 대한 객관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의사나 환자 모두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학회 홍보이사인 김경수(金慶洙) 가톨릭대 의대 교수 역시 “비만 열풍 속에 수익만을 앞세운 일부 의사가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대신 근거도 없는 치료법을 적용해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환자도 ‘과대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운동과 식이요법 등 비만 치료의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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