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전달 도승희씨는 누구

  • 입력 2002년 2월 22일 18시 18분


시정신문 전 회장 도승희(都勝喜·60·사진)씨가 지앤지(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의 돈 5000만원을 이수동(李守東·70) 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에게 전달하면서 이씨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를 무마시켜달라고 청탁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도씨의 ‘정체’와 ‘역할’이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도씨가 이용호씨와 정권 실세를 연결해온 ‘핵심 고리’ 또는 ‘로비스트’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북 청도군 출신인 도씨는 99년 이용호씨 계열사인 인터피온(옛 대우금속)과 스마텔의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지난해 9월 본보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이용호씨의 99년 4∼6월 전화 메모록에는 도씨가 이용호씨에게 여권 핵심부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보고하고 개각 내용까지 미리 알려준 흔적이 있었다.

메모록에 따르면 도씨는 이용호씨에게 수십차례 전화를 걸어 ‘동교동, 일산 잘 다녀왔음’ ‘동교동 상임이사님이 대구 동아백화점 행사 중’(6월19일) 등의 메모를 남겼다.

도씨는 특히 ‘국세청 안 차장님(안정남) 참석 여부’(99년 5월4일) ‘국세청장→안정남, 오후 발표→꽃’(5월24일)이란 메모를 남겼다. 이는 ‘국세청장에 안정남씨(당시 국세청 차장)가 내정돼 이날 오후 발표될 예정이니 축하 화환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도씨를 잘 아는 한 인사는 “도씨는 이용호씨와 여권 실세를 잇는 중요한 ‘가교’역할을 했다”며 “이용호씨가 도씨를 영입한 목적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씨는 2000년 11월 서울지검 특수3부의 황낙주(黃珞周) 전 국회의장의 뇌물수수 사건 수사 때도 ‘금품 전달자’로 등장했었다. 당시 수사에서 도씨는 96∼97년 우방그룹 이순목(李淳牧) 전 회장에게서 구미전문대의 정원을 늘려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아 이 중 일부를 황씨에게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도씨는 92∼96년 중부대 이사를 지낸 뒤 96년부터 3∼4년간 시정신문의 회장으로 활동했다. 도씨를 잘 아는 한 인사는 “96년 총선 때 서울 서초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도씨를 도와준 고모씨가 도씨를 시정신문 사장인 주모씨에게 소개했다”며 “도씨가 시정신문에서 한 실제 역할도 광고유치였다”고 말했다.

도씨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평소 도씨가 자신을 ‘동교동계 실세’라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여권 실세나 대통령 친인척을 들먹였다”며 “이를 그대로 믿은 정 관계 고위 공직자의 상당수가 도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얘기가 오래 전부터 파다하다”고 말했다.한편 도씨는 지난해 9월 본보 기자에게 “이씨와 99년에는 가까웠지만 그 이후 배신당했다”고 말했으며 최근에는 접촉이 되지 않고 있다.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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