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1급 시각장애인 조가엽씨 주위 배려속 목원대 졸업

  • 입력 2002년 2월 21일 21시 42분


대전 목원대 교직원들은 21일 이 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대학문을 나서는 조기엽(趙起燁·31)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뿌듯한 자부심을 느낀다. 사상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을 졸업생으로 배출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신학대를 졸업한 조씨를 편입생으로 받아들일 당시만 해도 교내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곤혹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앞을 전혀 못보는 1급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학생을 중심으로 교직원과 학교측이 560만원을 모아 사회복지학과가 속한 인문대 건물의 강의실과 화장실 엘리베이트 등에 점자 블록을 깔았다.

조씨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점자 블록을 밟을 때마다 교수님과 학우들의 사랑을 느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조씨가 정신적으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자매 결연을 맺은 한화이글스와 협의해 장애인의 날인 지난해 4월 20일 이 구단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앞서 조씨가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시구하도록 했다.

조씨는 "난생 처음 공을 던졌는데 포수의 글러브에 스트라이크로 꽂히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뻤다"며 "학교측의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스스로의 인생을 일궈내고 주변에 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졸업과 함께 대전시각장애인연합회에 컴퓨터 강사로 취업해 홀로서는 새 인생을 시작한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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