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藥 정치세력화 경쟁

  • 입력 2002년 2월 7일 18시 17분


대한의사협회(회장 신상진·申相珍)가 정치활동과 의료정책연구소 설립을 위해 300억원 모금에 들어가자 대한약사회(회장 한석원·韓錫源)도 ‘1약사 1정당 갖기 운동’을 전개키로 하는 등 의약계에 ‘정치세력화’ 바람이 일고 있다.

7일 의협 관계자에 따르면 의협은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고 개원의는 30만원, 의대교수는 10만원, 전공의는 3만원을 각각 성금으로 내는 형식으로 3월 말까지 100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200억원은 정기대의원총회를 열어 특별회비 형식으로 걷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 관계자는 “1월 말 현재 전국의 개원의만 2만1000명에 달해 100억원은 충분히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 돈을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투쟁위원회’(약칭 국건투) 활동비와 의료정책연구소 설립 자금, 현재 구성 중인 정치활동특위 비용으로 쓸 계획이다.

의협은 지난달 27일 회원 1만여명이 모인 장충체육관 집회에서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300억원을 모금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의협은 유인물을 통해 “정치의 기본은 자금과 사람”이라고 선언하고 “올해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을 펼 수 있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적극 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약사회도 6일 이사회를 열고 ‘약정회(藥政會)’를 설립할 것과 ‘1약사 1정당 갖기 운동’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로 결의했다. 또 22일에는 대의원총회를 열어 의협의 300억원 조성에 맞서는 기금 모금을 논의키로 했다.

약사계 인사들은 의협의 움직임에 대해 “의사들이 ‘실탄’을 확보해 전방위 로비를 하려는 것”이라면서 “의사들은 그동안에도 알게 모르게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쳐왔는데 이제는 공개적으로 돈과 표를 다 쥐려 한다”고 비판했다.

약사회의 한 관계자는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의협이 정치모금을 하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면서 “다만 특정후보 지원 문제 등은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의협 측은 정치세력화와 300억원 조성에 관해 “과거 음성적으로 이뤄진 정치활동을 앞으로는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하겠다는 뜻인 만큼 국민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약계의 정치세력화 바람에 대해 한 시민단체 인사는 “각 이해집단이 정치권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거 과열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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