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이상 과외 열풍…주일 교회도 못간다

  • 입력 2002년 2월 5일 17시 55분


“공부도 좋지만 주일(일요일)에는 교회에 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경기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지역에 올해부터 고교평준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들 지역의 상당수 입시학원이 중학교 1, 2학년생을 모집해 지난 겨울방학 중에는 물론이고 개학한 뒤에도 일요일에 공부를 시키는 등 이상 과외 열풍이 불고 있다.

새 학기에 3학년이 되는 이모군(15·한수중)은 올 겨울방학 동안 한번도 교회에 나가지 못했다. 학원수업이 있는 주중에는 물론이고 일요일에도 오전 9시까지 학원에 나가 오후 10시까지 자습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군은 “어른들은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다면서 학생들에게는 교회에도 보내지 않고 공부를 시킨다”며 “이는 경쟁심리를 조장하는 학원측과 부모님들의 조급증이 맞물려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태〓이군은 입학시험을 거쳐 현재 다니는 학원 외국어고반에 편성되어 있지만 수시로 평가시험을 치러 성적이 모자라면 일반반으로 떨어져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이제 개학은 했지만 겨울방학 때처럼 일요일에도 학원에서 자습을 강요할 분위기여서 마음이 편치 못하다.

A중학교 2학년 오모군(15)도 이번 겨울방학 동안 일요일마다 학원에 나가느라 교회도 못나갔고 단 하루도 놀지 못했다. 교회 친구나 선후배들과 이 문제에 대해 e메일로 이야기를 해보아도 뾰쪽한 해결책은 없었다.

이달 들어 개학과 동시에 이 지역 학원들은 오후 6시부터 수업을 시작해 자정이 넘어서야 학생들을 돌려보낸다. 대형 입시학원 10여곳이 밀집한 일산신도시 후곡마을에서는 자정 무렵이면 수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학원들의 통학버스는 시동을 걸어둔 채 길게 늘어서 있고 이를 피해가려는 차량의 경적소리가 요란하며 인근의 편의점과 야식집 등에는 학생들로 붐빈다.

일산지역 학원들은 주 5∼6일 수업을 기본으로 하지만 분당지역은 이와 달리 주3회 수업을 하고 주말과 휴일은 수업하지 않는 등 수도권 신도시라도 학원들간의 경쟁 분위기 등에 따라 수업 형태도 다른 편이다.

▽과열 원인〓고양외국어고 강성화 교장은 “학부모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다양한 특수목적고를 설립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채 평준화제도만 도입하다 보니 제한된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에 진학하기 위해 과열경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산지역 대형 학원들은 “평준화제 도입 이후 인문계 고교보다는 과학고나 외국어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훨씬 높아져 이들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학기 중에도 학원생들에게 일요일에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을 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고양시학원연합회측은 소속 학원들을 상대로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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