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임대상인들 "화의만이 모두가 살길"

  • 입력 2002년 2월 4일 18시 24분


경기 성남시 분당테마폴리스 건축사업 시행자인 한국부동산신탁(이하 한부신)이 지난해 2월 부도를 내면서 채권채무 문제로 인해 이 대형 상가의 임대상인 1000여명이 입점도 못하고 있는 상태가 1년이나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한부신이 금융감독원에 신청한 사적화의(채권채무조정) 만료시점이 23일로 다가와 사적화의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부신이 파산하고 임대 상인들은 입점도 못하고 돈을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등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임대상인들은 주 채권자인 삼성중공업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조속히 채무조정에 합의할 것을 촉구하며 지난달 29일부터 4일 현재까지 7일째 기술신용보증기금 본사(서울 여의도)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테마폴리스 사태〓테마폴리스는 2000년 3월 분당구 야탑동 8300평 부지에 지하 4층 지상7층 연건평 6만2400평 규모의 초대형 버스터미널 겸용 복합상가로 신축됐다. 그러나 까르푸, 복합영화관인 CGV 등 10여개 업체만 입점한 채 한부신이 부도처리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공사비 1368억원을 받지 못한 시공사인 삼성중공업과 922억원을 대출 보증해준 기술신용보증기금은 각각 건물과 토지에 대해 1순위로 근저당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소규모 상가 분양자 280명과 임차인 1770명 등 2050명은 이미 1400억원을 납입했지만 주 채권자들보다 순위가 밀려 한푼도 건지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

더욱이 지난해 4월 삼성중공업이 법원으로부터 제3자 출입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은 뒤 직원들을 동원해 현재까지 상인들의 건물 출입을 봉쇄하고 있다.

현재 한부신 측은 이 건물 주차장 등을 상가로 용도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용도변경되면 분양금으로 1000억원을 마련해 채무를 변제할 계획이다.

▽주 채권자 입장〓지난해 5월 건설교통부가 주관한 채무조정협의에서 이해 당사자들은 채권액의 30%가량을 손해보는 선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현금과 미분양 상가 등을 대신 받는 대물권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삼성 측은 현금 400억원과 미분양 상가(분양감정가 787억원)에 대한 대물권 580억원을 우선해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기술신보 측은 “삼성 측이 자신만 먼저 챙기겠다는 것은 억지”라며 “우리도 채권비율에 따라 현금과 대물권을 확보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채무조정안에 따르고 있을 뿐”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우리 측의 양보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대상인 및 한부신 주장〓상인들이 구성한 분당테마폴리스 상가운영협의회(회장 조기성·40) 측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실력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조씨는 “2000여명의 상인들 중 상당수는 파산 상태를 맞아 먹고살기도 힘든 실정”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화의가 이뤄져 상가를 운영하는 것만이 살 길인데 주 채권자들은 대기업과 공기업이면서도 자신들 이익만 앞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5일 테마폴리스 앞에서 회원 1000여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갖고 건물 점거 농성을 벌일 예정이어서 삼성 측과 충돌이 우려된다.

한편 한부신 측은 23일로 사적화의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에 사적화의 기간 연장 신청을 한 상태다.

한부신 관계자는 “채무 협의가 어떤 식으로든지 이뤄지면 현재 추진중인 용도변경 절차가 가능해지고 그 분양대금으로 채권채무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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