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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8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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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이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의 한 벽돌공장에서 히로뽕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은 6월. 검찰은 즉시 정보원 A를 현지에 투입했다.
마약상으로 가장한 A는 벽돌공장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마약 관련 정보를 빠짐없이 축적하면서 검찰과 은밀하게 연락을 취했다.
A는 정보원이나 배신자를 냉혹하게 처단하는 마약조직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순간도 편치 못했다.
마침내 10월말 ‘큰 건’이 포착됐다. 중국산 당면에 숨겨진 히로뽕 100㎏이 중국 선적 정기화물선에 실려 부산항을 경유, 필리핀으로 가게 돼 있다는 것.
A의 정보를 넘겨받은 서울지검은 부산지검 관세청과 공조해 11월3일 부산항에 입항한 중국 배 한 척을 압수수색해 히로뽕 91㎏을 찾아냈다.
검찰은 히로뽕을 가짜로 바꿔치기 해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히로뽕 0.5g에 백반 90.5㎏을 섞은 가짜 히로뽕을 만들어 보낸 뒤 필리핀 법무부 산하 국가조사국에 범인검거를 요청했다.
그러나 11월19일 필리핀 당국은 가짜 히로뽕을 찾아간 범인들을 놓치고 말았다.
필리핀 당국은 국가조사국과 현지 세관 간의 연락이 잘못돼 현장 검거에 실패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정확한 경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실수’로 필리핀 세관 관계자 2명이 직위해제됐으며 필리핀 하원 마약위원회는 경위 파악을 위해 청문회를 진행 중이다.
필리핀 당국의 조사 결과 히로뽕을 중국에서 만들어 보내고 필리핀에서 찾아간 사람은 동일인으로 필리핀에 거주하는 중국인 황모씨(36)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국제 히로뽕 밀수조직인 홍콩의 삼합회(三合會)가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부산→필리핀’의 경로로 3회에 걸쳐 히로뽕 400∼500㎏을 밀수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한국을 경유하는 화물선이 중국에서 직접 건너가는 것보다 적발될 가능성이 적어 마약조직이 이 경로를 자주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