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안학교 학생들의 특별한 송년회

  • 입력 2001년 12월 28일 17시 55분


27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장충동 경동교회 내 공연장에서는 ‘특별한 파티’가 열렸다.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하다 하자작업장학교 등 올 9∼10월 개교한 7개 ‘도시형 대안학교’와 올 2월 문을 연 청소년쉼터 ‘민들레사랑방’에 새로 퉁지를 튼 120여명의 청소년들이 송년회 모임을 가진 것이다.

이들은 이날 그동안 배운 내용을 노래 춤 뮤지컬 영상작품 등에 담아 표현했다. 파티는 대형천으로 만든 방명록에 매직 붓 사인펜 등으로 각자 이름을 적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스스로넷미디어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비디오작품 ‘M·T’를 상영했다. 작업 시간이 짧아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정성껏 만든 작품이었다.

다음은 난나 공연예술아카데미 학생들이 최근 강북구 수유4동 강북청소년수련관 청소년 예술극장에서 공연한 창작뮤지컬 ‘마이 라이프스토리’의 한 장면을 선보였다. 연기가 자욱한 무대에 5명의 아이들이 나와 택견 동작을 응용한 장면을 5분 동안 보여줬다.

바닥에 쓰러진 아이들이 쇠사슬에 묶인 채 무거운 짐을 끌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자 객석은 순간 숙연해졌다. 은평청소년 야학교 학생들은 최근 유행하는 광고 5편을 패러디한 연극을 공연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하자작업장학교 이소담양(14)이 ‘내 기억에 남는 것’이란 영상작품을 발표할 때는 객석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깔끔한 영상과 구성력이 뛰어난 내용 등에 감동한 것이다.

이양은 “대안학교에 들어온 이후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란 것을 느꼈고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파티가 끝날 때쯤 수서디딤돌학교 학생들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돌렸다. 이 학교 이응관군(17)은 “쿠기도 직접 만들려고 했는데 시간도 부족하고 장소도 마땅치 않아 케이크만 만들었다”며 미안해했다.

하자작업장학교를 운영하는 조한혜정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제도권 학교에서 상처를 받은 대부분 아이들은 이제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를 알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은평청소년 야학교에 다니는 황민이군(18)은 “처음엔 검정고시를 보려고 왔는데 ‘길잡이 선생님’들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알려주고 공부도 가르쳐 줘 포기했던 수능시험도 봤다”며 기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서울시 체육청소년과 장혁재 과장은 “올 12월 말까지 시범 운영하기로 한 대안학교를 내년에도 연장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내년 1월 중 구체적인 2002년 대안학교 운영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대안학교는 네트워크가 돼 있어 한 곳에 등록한 학생이 다른 대안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수업료는 무료지만 학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이들 대안학교의 학력이 인정되도록 시교육청과 협의하고 있다.

서울의 도시형 대안학교 및 청소년쉼터
학교정원개교일연락처(02)특징
하자 작업장학교25명9월12일677-9200 패션, 웹디자인 등 전문 직업프로그램 운영
수서 디딤돌학교15명10월15일2226-8555컴퓨터 관련 직업교육
난나 공연예술아카데미15명9월13일900-6650,1(내선293)공연예술 교육
스스로넷미디어스쿨10명10월15일795-8000방송 등 미디어 교육
도시속 작은교실15명10월8일689-9523체험학습과 검정고시 교육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10명9월13일855-2550체험학습과 검정고시 교육
은평청소년 야학10명9월17일384-3518체험학습과 검정고시
민들레 사랑방30명2월25일322-1318탈학교 청소년의 쉼터

<이호갑기자>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