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익준 前국정원 차장 '陳게이트' 왜 개입했을까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9시 12분


엄익준(嚴翼駿)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은 어떻게 ‘진승현(陳承鉉) 게이트’에 개입하게 됐을까.

엄 전 2차장의 진씨 게이트 관련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면서 그가 왜 진씨를 통해 지난해 4·13 총선 당시 정치권에 선거자금을 제공토록 했는지, 엄씨 외에 다른 관련자는 없는지 등이 관심을 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엄 전 2차장이 진씨를 통해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 10여명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했다는 것뿐이다. 이전에는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2차장이 국내 담당 차장에 오른 것은 총선이 끝난 4월 말이고 그 전에는 ‘경제’와는 무관한 대공정책실장으로 있었다. 총선 당시 국내담당 차장은 엄씨였다.

엄 전 2차장이 진씨와 어떻게 접촉하게 됐는지,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드러난 것이 없다.

검찰 관계자 및 전 현직 국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엄 전 2차장은 벤처기업가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벤처기업가들은 특히 99년부터 일기 시작한 벤처붐을 타고 새로운 경제 주체로 급부상하는 과정에서 약점이 많아 정보기관과 권력기관의 ‘영향권’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김 전 차장과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경제과장 등이 원래부터 엄 전 2차장 등과 가까웠다는 말도 있다. 문제는 엄 전 2차장과 벤처기업가의 관계가 조직적이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이 과거 안전기획부처럼 정치 개입의 폐습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에서는 엄 전 2차장의 진씨 사건 연루 사실도 최근에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개로 제3자가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작고한 엄 전 2차장을 물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들과 검찰의 말이나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나 과정은 확인이 더 필요하겠지만 엄 전 2차장이 진씨 사건에 직접 연루된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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