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주사로 에이즈 확산…올해만 4명 확인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44분


국내 마약 중독자가 크게 늘면서 마약 주사를 맞다가 에이즈에 감염된 사례가 올들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8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에이즈 감염자가 발견된 이후 지난해까지는 마약 주사기 바늘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의료계와 보건 당국은 마약 주사기를 통해 에이즈가 크게 확산된 외국의 행태를 한국이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마약중독자들은 주사기 한 대로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맞는 수가 많아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 이 가운데 있다면 주사기 바늘을 통해 쉽게 감염된다.

최근 연세대 의대와 부산대 의대 연구팀이 85년부터 지난해까지 에이즈에 걸린 환자 176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2명이 마약 주사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적어도 1명은 4월 국립보건원 발표 때의 환자와는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보건원은 당시 마약복용죄로 복역중이던 44세, 53세의 남성이 마약 주사를 맞다 감염된 사실을 공식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마약 주사기를 통해 에이즈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환자 중 40대 초반의 남성 1명은 교도소 수감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두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만 대상으로 해 마약 주사로 인한 에이즈 감염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현재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에이즈 환자 137명을 대상으로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마약 주사기를 통한 감염자가 조사대상의 1.1%로 나타나 전체 에이즈 환자가 4000여명(보건복지부 발표는 1515명)으로 추정되는 한국에는 마약으로 인한 에이즈 감염 환자가 적어도 16명은 될 것이라고 관련 연구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에이즈 전파 경로상 마약 주사기로 인한 감염은 세계적으로 최소 7%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네델란드와 스위스 등에서는 마약 주사기로 인해 에이즈가 급속히 확산되자 90년대에 마약인 헤로인을 일정 장소에서만 팔도록 합법화하고 주사기를 나눠쓰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고육책을 채택했다.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최강원(崔康元) 교수는 "한국사회에 마약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잇따라 마약 주사기를 통한 에이즈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사태" 라면서 "마약 주사기를 통한 에이즈 감염자가 중독자는 아닌 사람과 성접촉을 통해 에이즈를 급속히 퍼트릴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이성주 차지완기자>stein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