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게이트 연루 MCI 前회장 “김방림의원에게 5000만원 줬다"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03분


검찰이 지난해 11월 ‘진승현(陳承鉉)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진씨 소유 MCI코리아의 당시 회장 김재환(金在桓·56)씨가 여당 의원과 국가정보원 간부에게 거액의 돈을 줬다는 진술을 받고도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등 축소 지향의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15일 경질된 김은성(金銀星) 국정원 2차장이 동방금고 부회장 이경자(李京子)씨에게서 1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정현준(鄭炫埈) 게이트’에 대한 재수사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김은성 공방' 달아오른 국회
- 검찰들 "뇌물수사 말라는 말이냐"
- 게이트 로비의혹 재수사 어디까지
- 국정원 김은성차장 수사 재개 가능성

검찰은 15일 김씨가 민주당 김방림(金芳林·전국구) 의원에게 5000만원을 주었으며 국정원 김형윤(金亨允) 전 경제단장의 부하 직원인 정성홍 전 경제과장에게 4000만원을 빌려주었다고 진술했다고 시인했다.

김씨가 김 의원과 정 과장에게 준 돈은 MCI코리아 회장인 김씨가 당시 금융감독원의 조사 대상이 돼 있던 진씨에게서 구명운동을 위한 변호사 비용 등의 명목으로 받은 12억5000만원의 일부라고 검찰은 밝혔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박상길(朴相吉) 서울지검 3차장은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재조사를 벌이겠다”면서도 “전면적인 재조사는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해 수사 당시 “진씨에게서 구명운동 명목으로 받은 12억5000만원 가운데 5000만원을 김 의원에게 줬다”고 진술했으나 김 의원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진씨가 김씨에게 김 의원에게 돈을 주라고 시킨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김 의원에게 줬다는 돈이 현금이기 때문에 사실 확인도 어려워 김 의원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진씨와 김씨를 전혀 모르고 만난 사실도 없으며 김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정 과장에게 4000만원을 빌려줬다고 진술했지만 정 과장에 대해 소환조사를 하지 않은 사실도 시인했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었던 이승구(李承玖) 북부지청 차장검사는 “수사 당시 정 과장이 김씨에게서 빌렸다는 4000만원을 김씨를 기소할 때까지 돌려주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김씨가 진씨의 허락을 받지 않고 썼다고 주장해 김씨에 대해 횡령 혐의를 최근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씨가 지난해 9월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의원의 보좌관 조정희씨를 만나 금감원의 조사 상황을 문의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검찰은 이씨를 구속한 뒤 조씨를 소환, 이씨의 로비 여부 등을 조사했으나 로비 혐의는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건설업체 사장 장모씨를 통해 이씨를 지난해 9월 한 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당시 ‘금감원 조사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해 금감원에 문의했더니 ‘100억원대의 불법대출에 연루돼 있다’는 답변을 듣고 그 후 이씨를 만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국정원 직원 등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진승현 게이트 재조사를 서울지검 특수1부가 담당하도록 했다.

<정위용·이명건기자>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