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로비의혹 재수사 어디까지

  • 입력 2001년 11월 16일 00시 22분


검찰이 진승현(陳承鉉) 정현준(鄭炫埈) 게이트와 관련해 정 관계 로비부분을 축소수사한 근거들이 드러나 재조사에 착수하기로 함에 따라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은 ‘재조사’ 범위를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된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과 국가정보원 정성홍 경제과장의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한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조사의 범위나 방향이 검찰의 뜻대로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축소의혹 제기로 ‘재수(再修)’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사 범위나 방향은 여론과 국민의 뜻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특수부 검사들조차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재조사 대상〓검찰이 특정한 재조사 대상은 MCI코리아 부회장 진승현씨의 로비 창구로 알려진 전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가 김 의원에게 5000만원을 줬는지 여부와 정 과장에게 4000만원을 빌려준 경위. 검찰은 지난해 수사기록을 재검토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검토한 뒤 구체적인 조사 방향과 범위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르면 16일부터 구치소에 수감중인 진씨와 김씨 등을 소환해 진술내용 등을 다시 확인하고 자금 관련 장부와 계좌추적을 통해 실제로 돈이 건네졌는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과 정 과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 검찰 지난해수사 문제점
- 김방림 의원 반박
- 정현준, 진승현 게이트란?

이 부분에 대한 수사의 초점은 김 의원이 김씨에게서 돈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대가관계가 있는지다. 정 과장의 경우 4000만원을 왜 빌렸는지, 혹시 사건이 터진 뒤에 빌린 것으로 하자고 꾸민 것은 아닌지 등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현준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재조사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방금고 부회장 이경자(李京子)씨가 지난해 11월 검찰에서 “남편에게 국회쪽을 접촉해보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의원 보좌관이 이씨측과 접촉한 경위가 우선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장과 전망〓재조사를 통해 김 의원과 정 과장 등의 금품수수 사실이 확인되면 이 사건은 벤처기업가의 불법대출 비리 사건에서 권력이 개입한 ‘권력형 벤처 비리’로 질적 전환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의원의 경우 여권 실세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어 파장이 여권 핵심부에게까지 미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일단 부인하고 있지만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의 1000만원 수수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 과장과 함께 김 전 차장이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국정원은 김 전 차장-김형윤(金亨允) 전 경제단장-정 과장 라인이 모두 ‘진승현·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된 셈이 된다. 이들은 99년과 2000년 벤처붐이 한창일 때 국내 경제문제를 총괄한 라인이어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벤처비리에 관여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재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로비의혹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특수부 검사들은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는 마당에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 검찰 조직 이전에 수사검사 개인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