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게이트 연루' 실명거론 파문]'폭로戰' 회오리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37분


한나라당이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 의원까지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이용호 게이트’ 연루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검찰은 노량진 수산시장 매각 입찰 건과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소환키로 함에 따라 또다시 가파른 대치정국이 조성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실명’ 폭로〓일찍이 예견된 일이었다. 국회 대정부질문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이제 이니셜 폭로는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국감 과정에서 “이니셜 폭로로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이 많자 다각적인 정보수집에 나섰다. 그럼에도 이날 실명 폭로 역시 주장만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실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실명 폭로는 다분히 정치적 효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DJP공조 파기 이후 조성된 신(新)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양당구도를 더욱 공고히 해 ‘야대’의 중심은 한나라당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듯하다.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여권의 새판짜기 시도뿐만 아니라,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의 보수세력 결집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혼전을 벌이고 있는 3개 지역의 국회의원 재보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

▽여권의 대응〓한나라당의 실명 거론 직후 민주당은 즉각 원내대책회의와 의원 간담회를 열어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경대응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에서는 의사진행발언과 보충질문을 통해 한나라당이 면책특권을 악용해 근거 없는 주장을 폈다고 반박하는 선에서 물러났다.

당초 이회창(李會昌) 총재 측근의 벤처기업 주가조작 연루설을 폭로, 정면으로 맞대응한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청와대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노’ 사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쪽에서 ‘추악한 폭로전’에 여당까지 휩쓸릴 이유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는 것.

이같은 판단은 이날로 대정부질문이 끝나며,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폭로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파괴력 있는 추가정보는 없는 것 같다는 분석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권은 실명 거론 당사자인 한나라당 안경률(安炅律) 유성근(兪成根) 두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고 민 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방침이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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