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2년만에 30억으로 불린 대학생 '주식신동' 적발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1분


500만원을 2년 만에 30억원으로 불린 대학생 ‘주식 신동(神童)’이 주가조작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9일 금감원에 따르면 대학생 A씨는 99년 8월부터 올 4월까지 수백 차례에 걸쳐 허수(虛數)주문을 내 2억원 가까이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허수주문은 주식을 살 의사가 없이 거래가 체결되기 어려운 가격대에 주문을 내 다른 투자자를 현혹시키는 수법. 컴퓨터에는 ‘사자 주문’이 많이 나타나 투자자들이 ‘호재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매수행렬에 가담하면, 올라버린 가격에 주식을 팔아치운 뒤 사자 허수주문을 취소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불과 20∼30분이면 모든 게 끝난다”면서 “A씨는 조사대상 기간 대부분 허수주문을 냈다”고 밝혔다.

A씨는 금감원 조사에서 적발된 15명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끌었다. 주가조작 죄질은 상대적으로 다른 적발자보다 약하지만 투자경력 2년인 ‘초보’가 입문 직후 500만원을 30억원까지 600배나 불려놓은 마술 같은 투자기법 때문이었다. 금감원 김영록(金永祿) 국장은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A씨가 번 30억원 가운데 주가조작에 따른 이득은 2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끝내 ‘비법’을 풀어놓지는 않았다. 다만 제3자의 도움없이 독학으로 투자기법을 개발했다는 사실과 함께 돈 냄새를 맡는 감각을 찾아냈다고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98년 8월 군복무를 마친 뒤 경남지역 모 대학 법학과에 복한한 직후 연일 치솟는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로 번 500만원을 쌈짓돈으로 주식시장을 지켜보다가 코스닥에 투자했고, 손대는 종목마다 ‘돈벼락’이 이어졌다. A씨는 주위 몇몇 사람에게만 ‘대박’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홀어머니에겐 투자수익으로 아파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조사과정에서 30억원을 주무르는 큰손답지 않게 “허수주문을 내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인지 잘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날 “A씨 이외에 전업주부 P씨(35), 증권사 투자상담사 4명 등 모두 15명을 허수주문에 따른 주가조작 혐의로 서울지검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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