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여관서 3일 새벽 불…6명 사망 30명 부상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23분


검게 탄 객실
검게 탄 객실
3일 오전 3시경 충남 천안시 신부동의 ‘꿈의 궁전’ 여관에서 불이 나 조정훈씨(31·광주 남구 동선동) 등 투숙객 6명이 숨지고 김모씨(22·여·경기 하남시) 등 30명이 중경상을 입어 단국대 천안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을 발견해 신고한 이웃 여관 주인 오한풍씨(59)는 “방안에서 직원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꿈의 궁전’ 2층 유리창이 깨져 검은 연기가 새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하실 보일러가 폭발하면서 불이 나 유독가스가 지하실에서 5층까지 뻗어있는 보일러 배관을 타고 복도와 객실로 스며든 것으로 보고 보일러 폭발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중이다. 화재 당시 이 여관 5층 32개 객실에는 70여명이 투숙하고 있었는데 잠이 깊이 든 시간이어서 피해가 컸다.

투숙객 대부분은 연기에 질식돼 피해를 보았으며 그 중 사망자는 모두 유독가스가 가장 많이 퍼진 4, 5층에서 발생했다. 일부는 객실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다 숨지거나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조씨는 10월 28일 결혼날짜를 받아 이미 예식장까지 예약한 상태에서 약혼녀와 함께 투숙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조씨의 유가족들은 “정훈이가 4층에서 약혼녀를 먼저 자동차 위로 떨어뜨려 목숨을 구한 뒤 자신은 그냥 바닥으로 뛰어내린 것 같다”며 “무주에서 휴가를 보내겠다고 나선 것이 마지막 길이 됐다”며 오열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태권도학과에 편입시험을 보기 위해 전남 담양에서 올라온 김은석씨(23)의 죽음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어렸을 때 기계 사고로 왼손 손가락 3개가 없는 김씨는 고향에서 전문대학을 마친 뒤 태권도 사범 등을 하며 체육교사의 꿈을 키워 왔다. 박정환(23) 박흥식씨(22)는 친구인 김씨를 응원하기 위해 전남 담양에서 함께 올라왔다가 변을 당했다.

이 여관은 경부고속도로 인근 러브호텔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으나 이날 투숙객 중에는 전날 밤 휴가 여행을 떠나다 고속도로 정체 등으로 여관을 찾은 가족단위의 손님도 적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여관은 충남지방경찰청 소속 김모서장(59·총경)과 김모씨(45)가 지난해 6월 29일 민모씨(60·여)에게서 공동 명의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조정훈 △정해숙(26·여·부산 강서구 강동동) △김경태(26·부산 사하구 다대동) △박정환(23·전남 담양군 고서면 주산리) △김은석(23·지체장애 4급·전남 담양군 창평면 유천리) △박흥식(22·전남 담양군 고서면 주산리)

<천안〓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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