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인터넷 '예고자살' 충격

  • 입력 2001년 7월 12일 16시 42분


한달전부터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던 여중생이 최근 실제로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동안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통한 자살방법 공유 및 촉탁살인이 문제가 된 적은 있으나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리는 '예고자살'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6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모 아파트 화단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모 중학교 1학년 A(12·여)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선배들로부터 돈을 빼앗기는 등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A양은 지난달 10일부터 이 인터넷 게시판에 "언니들 무서워 죽겠다. 기말고사 다 망했다" 등 8차례에 걸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실었다.

또 A양은 사고 하루전인 5일 오후 11시경에는 같은 게시판에 "나 오늘 자살할 건데…살기 싫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사고당시 아파트 옥상에서 A양이 한쪽 슬리퍼가 발견됐고, 옥상 난간에 A양의 손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어 A양이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고 자살경위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A양의 아버지(40)는 "딸아이가 지난달 돈을 빼앗은 선배들로부터 자꾸 전화가 온다며 발신자표시서비스를 신청해달라고 졸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A양이 선배들의 괴롭힘과 상위권을 지켜오던 성적이 떨어지자 시험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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