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제약사 '뇌물 커넥션'…149개병원상대 제약사 28억 뿌려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0분


의사와 제약회사 사이의 뇌물 비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2일 제약회사에서 자사 제품을 써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의사 86명을 뇌물수수와 배임수재 혐의로, 제약회사 직원 69명을 배임증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D사 등 국내 제약회사 6곳과 H사 등 외국계 회사 2곳의 경리장부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98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49개 병원의 의사 1000여명을 상대로 골프 접대나 학회비 지원 명목 등으로 28억원 정도를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의사 가운데 500만원 이상을 받았거나 매월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받은 86명을 골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1000만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의사는 8명이다.

경찰은 현재 조사받고 있는 의사들 중에는 D병원 신경과장 김모씨, Y병원 정형외과장 홍모씨, P병원 이비인후과장 박모씨 등 간부급 의사들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 중 김씨는 97년 3월 외국계 제약회사인 M사 영업직원 김모씨(40)로부터 파킨슨병 치료제로 M사가 만든 약을 계속 처방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영국에서 열린 학회 참가비 명목으로 500여만원을 받는 등 2개 회사에서 1900여만원을, 홍씨와 박씨도 제약회사로부터 610만원과 289만원을 각각 받은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은 병원, 특정 의약품, 지역별로 역할을 분담해 의사들에게 자사 제품을 처방해 줄 것을 부탁하고 학술연구비 임상실험비 학회비 등 명목으로 돈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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