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내곡동 화장장' 갈등 증폭

  • 입력 2001년 3월 20일 18시 32분


《서울시의 제2시립화장장 터 선정 발표를 앞두고 설립 예정지로 유력시되는 서초구의 주민들이 20일 화장장 건립에 반대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갖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는 등 화장장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이달 안으로 화장장 터를 공식발표하고 주민의 반대여론을 정면돌파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그 뒤에도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청계산 내곡동 화장터 건립 반대 투쟁위원회’는 20일 오전 서초구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지역 주민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화장터 건립 반대 서초구 범구민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서울시가 서초구 내곡동과 원지동 일대에 추진하고 있는 제2화장장 건립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그린벨트로 지정돼 구민들이 재산권 침해와 각종 불편을 감수하며 보존해온 이 지역에 화장터가 들어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건립계획의 백지화를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 밖에도 △과천 분당 판교 등 위성도시의 중심축인 이 일대 도로에 초래될 엄청난 교통혼란 △경부고속도로의 기능마비와 명절 교통대혼란 △시민 휴식처인 청계산 자연공원의 황폐화 등을 근거로 들어 화장장 건립을 반대했다.

화장터건립반대 투쟁위원회 한진섭(韓鎭燮·65)위원장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중요 사안을 서울시는 주민과 한마디 상의 없이 밀실에서 추진하고 있다”며 “즉각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고 추진과정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서초구 관계자와 일부 주민들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난지도 골프장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서울시가 화장장 문제를 놓고 ‘빅딜’을 하지 않았느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내곡동과 원지동 일대에 제2시립화장장 및 납골공원 건립을 극비리에 잠정 확정한 뒤 반대여론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마지막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벽제화장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화장장 추가건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인데다 이를 자발적으로 유치하려는 자치구가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반대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과거 자치구에 지역개발을 조건으로 화장장 유치를 공모했지만 응모하는 구가 하나도 없었다”며 “주민 반발이 예상되지만 비밀리에 일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가 벌써부터 극심한데다 주민들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선정 주체(추모공원건립추진협의회)와 선정 결과를 놓고 서울시와 법적 효력을 다투는 법정 투쟁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아직까지는 터 선정을 위임받은 추모공원건립추진협의회의 심사 결과를 공식 통보받은 바가 없기 때문에 공식입장을 일절 발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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