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물결친 종로…차없는 거리 시민들 넘쳐

  • 입력 2001년 3월 1일 12시 53분


기미독립선언일 81주년을 맞은 1일 차량통행이 한시적으로 금지된 종로 거리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뜻깊은 3·1정신을 기렸다.

평소 차량으로 뒤덮였던 종로 거리에는 이날 수많은 시민들이 차도를 가득 메웠으며 태극기가 곳곳에서 물결치는 모습이었다.

자동차가 없는 거리에 나온 가족들과 연인들은 모처럼 만에 종로거리를 걸으며 농악, 윷놀이 등 민속놀이와 굴렁쇠 굴리기, 전통 외줄타기 등 20여개의 다양한 행사를 마음껏 즐겼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종로 1가(보신각)~3가(서울극장)에 이르는 800m 구간을 차없는 거리로 지정하고 '3·1만세의 날 종로거리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종로1가 보신각앞 11시10분(1보) ▼

오전 11시부터 차량통행이 통제된 종로 1가부터 3가까지 도로에서는 운전자들이 교통경찰의 안내에 따라 주변 우회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서대문에서 종로방향으로 진행하는 차량은 종로 1가 교차로에서 광교 방향으로 우회하거나 U턴해서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종로2가 탑골공원앞 11시40분(1보)▼

오전 11시40분쯤 종로 2가 탑골공원 삼일문 중앙무대에서 한배달연구위원 이흥철씨가 결연한 모습으로 두루마리에 씌여진 기미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중앙무대 주변에 몰려든 시민 3000여명은 태극기를 손에 꼭 쥐고 숙연한 모습으로 낭독장면을 지켜보며 3·1운동 당시를 회상하는 듯 했다.

▼종로1가 보신각앞 12시 정각(2보) ▼

12시 정각 보신각종이 울리자 오색풍선 2001개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며 시민들의 만세 3창이 이어져 '3·1절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특히 최근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이 터진 직후 각계의 반일감정을 반영한 듯 시민들은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불렀다.

시민들은 '일본국의 식민착취 반성하고 사죄하라'는 프래카드를 앞세우고 군악대와 취주대의 음악소리에 맞춰 종로 거리를 행진했다.

이날 행진은 종로2가에서 종로1가 방향으로 새종로팀, 종로2가에서 종로3가 방향으로 새물결팀 등 2개팀으로 나뉘어 태극기를 흔들고 만세를 부르는 '3·1운동' 당시 모습으로 진행됐다.

이날 곳곳에서는 흰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은 학생들이 유관순 열사의 만세 모습을 재현해 시민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종로2가 탑골공원앞 12시10분(2보)▼

서울예전 예민회 동아리 회원 10여명이 탑골공원 앞에서 봉산탈춤을 선보였다. 능청스러운 사자탈의 몸짓 지나가던 시민들의 발길을 잡았다. 어린이들은 신기한 듯 사자탈을 만져보다가 사자탈의 으르렁거림에 놀라 달아나기도 했다.

종로구 봉사단체 회원 등 100여명의 시민이 탑골공원 앞에서 3.1 만세의 날 종로 거리축제를 벌이고 있다. 여자들은 하얀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었고 남자들은 푸른색 두루마기를 입고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만세 3창을 함께 외쳤다. 만세 3창 크게 부르기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종로2가 탑골공원앞 12시20분(3보)▼

종로2가에서 말을 탄 일본 경찰이 독립투사들을 연행하는 모습을 보고 시민들은 일본 경찰에게 야유를 보냈으며 독립투사에게는 '독립의 의지'를 굳히지 말고 투쟁할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최건일·이희정·안병률/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