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동아건설'은폐의혹]"동아건설 청산" 결론 뒤집힐수도

  • 입력 2001년 2월 12일 23시 37분


삼일회계법인이 1998년 실사에서 동아건설의 분식을 ‘확인’했다면 최근 법원에 낸 청산 의견이 180도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일이 최근 법원에 낸 동아건설 조사보고서에는 ‘청산가치 1조6693억원’, ‘계속기업가치 1조4750억원’으로 돼있다. 이는 문을 닫는 것이 장사를 계속하는 것보다 채권단으로선 약 2000억원을 더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아건설측은 분식이 반영되면 3400억원 가량 계속기업가치가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결론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청산’ 의견을 내놓았던 삼일회계법인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98년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및
동아건설의 결산반영
계정과목실사결과 손실처리 요청액결산시 반영금액
공사미수금4,7424,292
기타미수금1,3681,368
단기대여금170170
기타유동자산 503502
재고자산1,8681,432
투자자산1,7471,392
유형자산263263
이연자산9156
부채항목 5,5691,651
합계16,32111,126

실사를 담당했던 삼일측 회계사가 동아건설에 대한 분식여부를 몰랐다는 주장은 제반 상황으로 봤을 때 불가능하거나 중대 과실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회사의 생사를 가르는 실사를 하면서 2년 전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진 실사보고서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1998년 안건회계법인이 작성한 동아건설 결산감사보고서엔 ‘전기오류수정손실’이 7112억원이나 잡혀 있어 웬만한 회계사라면 한눈에 분식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

만일 삼일측이 고의적으로 분식사실을 감췄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또다른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삼일측이 고객의 요구에 따라 결과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밝혀진 분식회계가 그동안 아무런 조치도 없이 감춰져왔다는 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에선 분식회계를 찾아내는 시스템에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98년 분식회계를 발견했다는 것은 97년말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안건회계법인이 분식 사실을 눈감아줬거나 적어도 동아건설에 속아 엉터리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건회계법인 동아건설 등의 관련자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2일 “동아건설 부실자산 처리문제가 98년 최대 화두로 떠올랐던 만큼 당연히 채권단이 금감원에 보고했을 것”이라며 “금감원 내부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이 문제가 조용히 처리됐는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K 회계사는 “금융감독원이 98년 이후 한번이라도 동아건설에 대한 외부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했어도 바로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김승련기자>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