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입시 재수생-여학생 강세

  • 입력 2001년 1월 27일 18시 30분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에서는 ‘수능성적 인플레’의 여파로 작년보다 합격선 수능점수가 10점 안팎이나 올랐으며 논술과 면접이 당락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재수생 합격자가 크게 늘었고 여학생 비율도 상승했다.

서울대는 27일 2001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304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유영제(劉永濟)입학처장은 “올 정시모집 합격선은 인문사회계의 경우 대부분 학과에서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390점(400점 만점) 이상이었고 이공계는 385점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유처장은 또 “특히 법대와 의예과 등의 모집단위는 예상대로 합격선이 무척 높았다”고 밝혀 인기학과는 합격선 수능점수가 395∼396점대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대는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합격선이 인문사회계는 대부분 380점대, 이공계는 375∼380점대의 분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처장은 “수능의 변별력 비중은 작년의 절반 정도로 크게 줄어든 대신 논술과 면접 등 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정시모집에서는 재수생이 37.8%(1153명)를 차지, 작년 31.8%보다 6% 포인트 증가했다. 특차와 고교장추천제 합격자를 합친 전체 신입생 중 재수생은 전년대비 3.3% 포인트 높아진 29.4%(1351명)를 차지했다. 전체 합격자 중 여학생의 비율도 작년보다 0.8% 포인트 올라 남녀학생 비율이 63대 37로 여학생 비율이 역대 최고치였다.

재수생 강세 현상에 대해 유처장은 “수능이 쉽게 출제돼 반복학습한 재수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고3생보다 하향 안전지원했기 때문”이라면서 “논술에서는 재수생과 고3생간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여학생 비율이 작년보다 높아진 것은 올해부터 음대 미대가 남녀구분 선발제도를 없애면서 미대의 경우 작년 48.8%에서 올해 83.2%로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는 또 정시모집 최연소 합격자는 자연대 기초과학계를 지원한 검정고시 출신의 황효순양(17), 최고령합격자는 건국대 졸업 후 대기업에 근무하다 법대 법학부를 지원한 성홍래씨(35)라고 밝혔다.

한편 고려학원 유병화평가실장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합격자 명단을 대조한 결과 서울대 전체 합격자중 35.6%(982명)가 고려대와 연세대에 중복 합격했다”면서 “연합전공제와 전과허용범위가 늘어나 서울대 등록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부턴 나를 위한 공부할래요"▼

“수업시간에 자는 애들이 많아 산만한데다 남자애들이 학교에서 담배를 피워대기도 하고, 교실붕괴란 말 그대로였어요.”

올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가장 어린 나이로 기초과학계열에 합격한 황효순(黃曉淳·17·서울 서초구 서초4동·사진)양은 ‘교실이 붕괴된 고등학교’ 입학 두달만에 자퇴한 검정고시 출신이다. 또랑또랑한 말투에 태권도 3단인 황양은 150㎝대 후반의 키와 40㎏대의 몸무게로 가냘픈 인상을 풍겼다.

입시학원 종합반에 1년간 다니면서 막바지 6개월은 지망과인 서울대 기초과학계열 재학생으로부터 수학과외를 받았다.“막상 혼자 공부하니까 교복 입은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정말 힘들었다”고 황양이 말하자 옆에 있던 아버지가 “원래 통통하더니 1년 동안 20㎏이나 빠졌다”고 덧붙였다. 아버지를 따라 가족이 함께 미국에 가 초등학교 6학년을 미국에서 다닌 황양은 졸업 때 ‘성적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의 학기 제도를 잘 활용하는 바람에 중학교를 동년배보다 1년 앞서 졸업했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중앙대 상경학부 교수인 황선웅(黃善雄·50)씨와 고려대 의대 출신 소아과 의사인 우종원(禹鍾瑗·48)씨의 장녀인 황양의 꿈은 세계적인 화학자가 되는 것이다.

“중학교 때 물상선생님이 워낙 재미있게 가르쳐 주셔서 화학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 나뭇잎이 단풍이 드는 거랑, 무색의 액체가 울긋불긋 변화하는 원리를 밝혀내는 일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태권도 사범자격증까지 딸 계획이라고 밝힌 황양은 “점수가 절대적 힘을 발휘하는 현실 때문에 지금껏 내가 원하는 공부를 못했지만 이제부터 나를 위한 공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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