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영결식은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집전한 장례미사와 ‘운보 김기창 화백 예술인장 장례위원회(위원장 구상·具常·시인)’가 주관한 예술인장의 순서로 한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김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고인은 극한 상황과 시련 속에서도 자포자기와 좌절의 유혹을 끝내 이겨낸 인간 승리자였다”고 말했다.
구상 시인은 “명동성당 앞 커피숍에서 서로 농을 즐기다가 명동성당 미사에 함께 참석하곤 했다”고 회고하면서 “운보를 만날 때면 그의 순수한 마음이 나의 모든 가식을 말끔히 씻어주었다”고 추모했다.
그는 이어 “하늘의 섭리런가 청각을 잃으시고/…/가시매 그 예술 그 인품 더 기리고 그리네”라는 조시(弔詩)를 운보 영전에 바쳤다.
이날 미사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화로 통역되기도 했다. 영결식 마지막에 김 추기경은 고별성가의 합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유해에 성수와 향을 뿌리며 영생을 기원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아들 완(完·52)씨와 막내딸 아나윔 수녀(45) 등 유족과 문화예술계 인사, 신도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유해는 이날 오후 충북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운보의 집’ 뒷산에 부인 우향 박래현(雨鄕 朴崍賢·76년 작고)화백의 묘와 합장됐다. 유족과 제자 등 5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보는 생전에 그토록 그리워하던 부인의 곁에 묻혔다.
<윤정국기자·청주〓지명훈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