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토건 4300억 불법대출 수사…前회장등 사전영장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8시 40분


98년 7월 부도를 낸 뒤 사실상 해체된 성원토건그룹이 부도 직전까지 계열사인 한길종금에서 4300억여원을 불법 대출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성원토건그룹은 부도로 인해 대출금을 전혀 갚지 못했고 이 때문에 부실화된 한길종금에는 지금까지 모두 1조1300억원(이자 포함)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검찰은 불법 대출된 돈 중 100억원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며 잠적 중인 김성필 전 회장(47)을 검거해 정확한 사용처를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원토건그룹은 성원건설과는 전혀 다른 회사다.

검찰 수사결과 김 전회장은 97년 나산그룹에서 은행채무 600억원을 승계하는 것을 포함해 917억원에 한길종금을 인수한 뒤 한길종금을 사금고처럼 이용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회장은 한길종금 전 사장 민용식씨(59), 전 그룹 자금담당 이사인 이성기씨(42) 등과 짜고 부도 직전인 98년 6월까지 모두 74차례에 걸쳐 한길종금 총 여신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300억여원을 불법 대출했다. 이 과정에서 한길종금은 개인에 대한 여신한도인 자기자본금의 25%와 대주주에 대한 한도 100%를 모두 초과해 성원토건그룹에 대출했다.

서울지검 특수3부(김우경·金佑卿부장검사)는 24일 불법 대출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등)로 김 전회장 등 3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26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모두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 전회장의 변호인측은 “갚을 수 있는 돈이었으나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경영이 어려워져 제 때 못갚은 것이므로 배임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검찰은 전했다.

▽대출금 사용처〓 검찰은 김 전회장이 불법 대출 받은 돈 중 1850억원은 한길종금의 증자를 위해, 나머지는 은행주식을 매집하는 데 쓰는 등 모두 그룹 계열사가 사용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대출금 중 김 전회장이 경남의 모 사찰에 시주금으로 주었다고 주장하는 69억원 등 100억여원의 사용처가 분명하지 않아 현재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돈이 모두 현금으로 정교하게 세탁된 뒤 사용돼 김 전회장이 검거되기 전까지는 사용처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4300억여원이 불법 대출되는 과정에 금감원 직원들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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