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캠페인]美지역재단 '풀뿌리기부' 봇물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24분


미국 미시간주의 소도시 앤아버. 이곳 토박이였던 로버트 던랩이 94년 사망하자 부인 코니씨는 앤아버 지역재단에 유산을 기부해 남편을 기념하는 기금을 만들었다. 평소 고향을 사랑했던 남편의 뜻을 살려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에 유산이 활용되게끔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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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활하고 스포츠를 즐겼던 베스 모팻이 16세 되던 해인 92년 자동차사고로 사망하자 부모와 친지, 학교친구와 교사들은 돈을 모아 ‘베스 모팻 기념 장학기금’을 만들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 기금을 모팻양의 모교인 하틀랜드 고교 여자 체육선수의 대학진학 장학금으로 쓰도록 앤아버 지역재단에 지정기탁했다.

▼규모 작지만 사회환원▼

‘메리 카멜과 토마스 보더 가족 기금’은 앤아버 지역재단의 단일기금으로는 가장 큰 규모. 전세계에 걸친 보더스 서점 체인의 소유주였던 보더씨가 90년대 중반 사업을 정리한 뒤 그 돈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만들었다. 보더씨 부부는 이후 기금의 사용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한 부인은 남편이 남긴 유산을 모두 재단에 기부, 예술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1963년 설립된 앤아버 지역재단이 보유한 개인기금 중 일부다. 이렇듯 지역재단에 기부되는 개인기금들은 규모는 작지만 인간적 냄새가 풍긴다. 재단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대부분 5000달러 이상을 기부한 사람에게는 개인의 이름을 단 기금을 만들어준다.

이러한 개인기금들은 작은 돈을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거대한 흐름이다. 미시간주 베틀크릭 지역재단 안젤라 그래험은 “‘유한한 삶을 무한하게 남기고자 하는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기금을 남기는 것에 대한 호응은 대단하다”고 전한다. 그래서 대부분 지역재단의 연례보고서나 팜플렛은 기부자의 이름으로 꽉꽉 채워져 있다.

미국 기부문화의 성장세는 최근 몇 년간 급속하게 늘어난 재단의 숫자나 재단들이 보유한 자산의 크기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전역에는 4만7000개의 재단이 있으며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1998년 기준으로 3850억달러, 연간 기부 받은 액수는 220억달러다.

이쯤 되면 미국의 자선사업은 가히 산업화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 28년간 살아온 의사 김종만씨(미시간주 거주)는 “후원과 기부요청이 너무 많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라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금은 과학 예술에 비견된다. 무한경쟁과 냉혈자본주의로 일컬어지는 미국사회를 그래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도 바로 이런 곳들이다.

▼자선산업 산업화 추세▼

이중 지역재단(community foundations)은 다수의 지역시민들이 만들고 꾸려 가는 재단이란 점이 특징이다. 해당 지역 시민과 기관들이 기부한 돈으로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 집중지원하는 지역재단은 풀뿌리 기부문화의 현장이자 지방자치의 기반이기도 하다. 현재 500여개 지역재단이 있고 기금규모는 100만달러부터 17억달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카운실 언 파운데이션’ 등 지역재단에 대한 지원과 어드바이스 역할을 하는 재단도 만들어졌다.

미국내 14, 15위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모트 재단의 도로시 레이놀즈는 “미국인들이 기부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돈을 잘 쓴다는 일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라 밝힌다. 그에 따르면자산관리가 쉽지 않은 미국사회에서 지역재단은 개인이나 기업이 직접 기부를 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기부와 관리를 가능케 하기 때문에 기부자나 수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앤아버〓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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