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금 불법대출 4대의혹]금감원 간부연루 은폐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38분


《동방금고와 대신금고의 거액 불법대출 사건이 의혹을 더해 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1일 동방 대신금고가 대주주인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에게 불법으로 677억원을 대출해준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장내찬 전금감원 국장이 연루됐음이 확인되고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이 금감원에 로비자금 1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똥이 정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주도자가 이 부회장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23일 정 사장 등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나 옷로비사건이나 한빛은행대출사건처럼 미궁으로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 4가지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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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대 로비의혹▼

한국디지탈라인의 정현준 사장이 ‘이경자씨가 Y사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금감원을 상대로 10억원대의 로비를 했다’고 주장한 기업 ‘Y사’는 유일반도체임이 확인됐다.

유일반도체가 금감원 조사를 받은 부분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BW는 신주를 특정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있는 사채다.

유일반도체는 작년 6월11일 무보증 BW 30억원(액면가 5000원 기준 15만주)을 발행했고 김용환씨가 전량 인수했다. 김씨는 유일반도체 사장인 장성환씨에게 신주인수권 13만5000주를 장외시장에서 주당 253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넘겼다. 즉 제3자가 인수해 곧바로 대주주에 넘긴 것.

문제는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2만원으로 당시 시가(10만원)의 5분의1에 불과해 대주주만 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발행조건도 ‘50년만기 연 7%’로 매우 파격적이었다.

현재까지는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이 장사장과 어떤 관계인지, 왜 금감원에 로비자금을 뿌렸는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장성환 사장은 “작년에 금감원 조사를 받았고 올 1월 경고조치까지 받았다”며 “그러나 정현준 이경자씨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설익은 거짓 해명〓 강권석(姜權錫) 금융감독원 대변인은 23일 오전 “동방금고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금감원 직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다.

감독원은 이날 오후 “장래찬 전 국장이 동방금고측과 관련된 주식 1억원어치를 갖고 있다”며 오전의 해명을 스스로 거둬들였다.

그렇다면 왜 금감원은 미확인 내용을 서둘러 발표했을까.

금감원은 이미 1주일 전부터 ‘사설펀드 투자자 21명이 피해 본 14억원을 동방금고가 물러줬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또 21일 밤 동방금고 노조로부터 ‘장래찬 당시 국장이 돈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녹취해 둔 상태였다.

결국 ‘장 전 국장이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확인작업도 거치지 않고 해명부터 해 버린 것이다.

금감원측은 이에 대해 “21명의 명단 가운데는 금감원 직원 이름이 없었다는 뜻이었다”고 어이없는 해명을 했다.

감독원 주변에선 또 “인천 대신금고의 사장이 올 3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징계수위가 낮아진 점 등을 들며 감독원 고위인사에 대한 로비의혹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400억원 어디로 갔나〓 금감원은 검사결과 이번 불법대출 규모는 당초 발표했던 677억원보다 163억원 적은 514억원으로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이중 114억원은 정 사장 계좌로 입금된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나머지 400억원의 행방은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정 사장은 이 자금 중 상당부분이 이 부회장에 의해 빼돌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정 사장이 대출받은 것”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400억원의 행방을 찾기 위해 이 부회장 등 관련자의 계좌추적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김중회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은 “이 부회장이 차명 가명계좌를 이용하고 자신의 명의는 철저히 감추고 있어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주도자는 누구〓이번 사건의 특검을 지휘하고 있는 김중회 국장은 2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부회장이 이번 사건의 핵심중 한사람”이라고 밝혔다. 당초 발표 때 이 부회장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정 사장이 주도자라고 발표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정 사장과 동방금고 임직원들도 이 부회장이 주도자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이번 대출 건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펄쩍 뛰고 있다. 금감원은 정 사장과 이 부회장이 코스닥을 통해 돈을 벌 때는 협력하다가 주가폭락으로 손실이 커지자 서로 헐뜯는 관계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동작품이거나 둘 다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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