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保사건 남은 의문들]정황증거만…실체 '오리무중'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05분


신용보증기금 대출외압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결론은 ‘외압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외압이 없었다는 정황증거는 많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검찰은 그러나 사건을 명쾌하게 설명할 직접적인 물증과 진술을 확보하지는 못해 검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러 대목에서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박지원(朴智元) 전장관의 전화압력 여부〓검찰은 사건 당시인 99년 2월 아크월드와 신보 영동지점을 둘러싼 정황과 관련자들의 진술, 이에 대한 이운영(李運永)씨의 말과 스스로 작성한 자료의 모순점에서 증거를 찾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외압전화가 없었다면 이씨가 왜 ‘박 전장관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못하고 있다.

이씨가 자신의 부하인 김주경(金周慶)팀장이 사직동팀에 제보를 했다는 점과 김팀장과 아크월드 박혜룡(朴惠龍)씨가 고교 동기동창인 사실, 박씨가 박 전장관의 조카라는 사실을 유추해 박 전장관을 끌어들였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추측이다.

‘제3의 가능성’인 박 전장관을 사칭한 사람의 전화였을 가능성도 아직은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다.

쟁 점이씨 주장검찰 수사결과남은 의문
박지원 전 장관의

전화압력 여부

99년 2월 박 전장관으로부터 두 차례 보증압력 전화 받았다.외압전화는 없었다.

(당시 정황과 관련자 진술에 따라 판단)

외압전화 없었다면 이씨는 왜 박 전장관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나.
사직동팀의 이씨

수사착수 배경

박혜룡 박지원 박주선씨가 사직동팀을 움직여 수사토록 했다.사직동팀이 제보자들의 부탁과 금품을 받고 ‘청탁수사’ 했다.과연 사직동팀이 금품과 향응만으로 무리하게 수사했을까.
이씨 사표제출

종용 경위

최수병 전이사장이 99년 4월 전화로 사표 ‘강요’했다.손용문 최수병씨가 이씨의 비리 및 내사사실을 전해듣고 회사명예 실추를 막으려 한 통상적 조치.손용문 최수병씨가 검찰에서 여러 번 말을 바꾼 이유는?
이씨 개인비리대출보증과 관련해 업체 관계자로부터 한푼도 받지 않았다.98년 4월∼99년 3월 15명으로부터 18회에 걸쳐 2770만원 수수.이씨가 끝까지 개인비리를 부인하는 이유.

▽이씨의 문건조작 가능성〓 검찰은 수사발표를 통해 이씨가 공개한 각종 문건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조작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는 문건은 이씨가 9월5일 기자회견 직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박지원 공보수석의 청탁전화내용’문건. 여기에는 박 전장관과 이씨가 주고받은 통화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고 이씨가 이 전화를 받고 신보 손용문(孫鎔文) 당시 이사에게 전화보고를 했다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검찰은 그러나 이 문건에 제3자의 글로 “(이씨가 압력전화를 받은 뒤) 손이사에게 전화통화가 아니라 직접 본점으로 찾아가 보고했다”는 내용이 가필돼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통화내용 조회로 거짓말이 들통날 것에 대비해 누군가와 상의해 가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으나 이씨 측은 “검찰의 조작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직동팀 내사착수 배경〓검찰은 구속된 이기남(李基南)경정이 제보자 2명으로부터 645만원의 돈과 향응을 받고 ‘청탁수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고위층의 압력이 없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경정이 돈 때문에 이씨를 불법감금까지 해가며 강압수사를 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실제로 사직동팀 소속 경찰관들과 이경정의 부인은 이 같은 검찰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직동팀 내부의 ‘실적 경쟁’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의견이 강하다.

▽이씨 사표종용 의혹〓손 전이사와 최수병(崔洙秉) 당시 이사장이 이씨에게 퇴직금이라도 지급하고 회사의 명예실추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표를 제출토록 했다는 것이 검찰 결론.

그러나 손씨와 최씨는 두세 차례에 걸친 검찰 소환 때마다 말을 바꿔 과연 사표종용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남아있다. 당사자들은 이에 대해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다가 대질 등을 통해 기억을 되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 개인비리〓이씨가 15명의 업체 관계자로부터 2770만원을 받았다는 검찰 기소내용이 사실이라면 금방 탄로가 날 금품수수사실을 왜 끝까지 부인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씨는 이 부분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고 이씨의 변호인은 “검찰도 금품수수를 증명할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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