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점장이 본 한빛銀수사]“검찰발표 10만 은행원이 웃습니다

입력 2000-09-08 18:25수정 2009-09-22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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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원대에 머물던 예금과 대출이 1년반 사이에 ‘450억원 예금, 1350억원 대출’로 늘어났는데 몰랐다고요?”

“모자라는 900억원을 본점에서 꿔다 쓰는 데 본점에서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관심도 안뒀다고요? 게다가 1350억원 대출중에 본점 승인은 1원도 없었다는데 변두리 지점인 관악지점에선 그런 일이 넘겨질 수는 없어요.”

한빛은행 관악지점의 1000억원 부정 대출 사건을 지켜본 A은행 수도권 지역 지점장 B씨(50)는 9일 본사 편집국으로 전화를 걸어 사건의 마무리를 바라보는 착잡한 심정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B씨는 이 사건 발생과 처리 과정을 “10만 은행원을 웃게 만든 촌극(寸劇)”으로 규정했다. 한빛은행 본점이 “(문제가 곪아터진) 올 8월에 알았다”는 웃지 못할 변명을 늘어 놓자 검찰이 “그렇다면 신창섭지점장 1인극”으로 맞장구치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은행 업무를 어느 정도 아는 전국의 대리 이상 은행원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여 과연 몇 %나 ‘본점이 1년반 동안 몰랐다’는 결론을 수용할 수 있는지 따져 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안면은 있지만 신용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체 사장이 대출을 신청하면 신용대출을 늘여야 한다는 원칙을 알면서도 ‘담보 없이는 곤란하다’며 씨름하는 것이 우리네 지점장”이라고 말했다.

B씨는 관악지점의 대출 및 예금 등 중요 수치를 월, 분기, 반기별로 컴퓨터 상에서 검사해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검사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기 때문에 1000억원대 부정 대출은 불가능하다고도 지적했다. 백번 양보해 검사실의 ‘업무 태만’으로 적발이 안되더라도 30여개 지점만을 관장하고 있는 지역본부(한빛은행은 또래지점·Peer Group)에서 관악지점의 ‘이상 행동’을 몰랐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은행 전체가 ‘집단 최면’에 걸리지 않고서야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B씨는 “높은 사람 눈치보고 거액 대출해 줬다가 국가경제가 거덜난 게 엊그제인데…”라며 힘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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