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복지회관 '낙원은행' 이웃돕기 '품앗이'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41분


은행에 언제나 돈을 맡기고 찾아 쓸 수 있듯이 자신의 봉사시간을 저축한 뒤 되돌려 받을 수 있는 ‘품앗이 봉사단체’가 있다.

올 1월 설립된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2동 복지회관의 ‘낙원봉사은행’(이사장 정형주·鄭亨柱·71). 막노동일을 하는 사람부터 전 구청장, 대학교수 등 130여명의 이 단체 회원들은 자신의 특기나 기술로 봉사를 하고 필요한 봉사를 받는다.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허드렛일을 하면 된다. 보일러가 고장나면 보일러를 수리할 수 있는 회원이 도와주고 필요한 파출봉사를 받는 식이다.

회원이 되기는 쉽지 않다. 확고한 봉사정신이 있고 기존 회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회원이 되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세 가지가 있다. 먼저 가족들에게 봉사해야 한다. 가족을 등한시하는 사람이 남을 돕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 다음은 마을을 위해서 집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일. 정이사장은 가끔씩 회원들의 집 주변을 둘러본다. 집 주변이 더러우면 회원 자격을 박탈한다. 끝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면 안된다.

낙원봉사은행의 독특한 운영방식은 설립자인 정이사장이 83년부터 93년까지 적자덩어리인 낙원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월세자금 병원비 등록금 등을 무보증 대출하며 금고를 자산 180억원의 우량 금융기관으로 키운 경험에서 나왔다. 돈을 맡기고 찾아가듯이 봉사 시간을 수치화해서 적립한 뒤 되돌려받는 방식을 본뜬 것.

정이사장은 27년간 봉사활동에 개인 재산을 다 바치고 14평 임대아파트에서 살 정도로 청빈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정이사장은 “가정은 단란하고 주민은 형제처럼 다정하며 마을은 공원처럼 아름다운 마을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낙원마을”이라고 말했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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