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의료대란]정부 처방료 63%인상안 의료계 거부

  • 입력 2000년 8월 10일 23시 41분


전공의 전임의 파업에 이어 대학병원 교수가 11일부터 외래 진료를 거부키로 결의하고 동네 병의원의 폐업이 확산될 것으로 보이는 등 ‘제2의 의료대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10일 의료보험수가 현실화와 처방료 인상을 골자로 하는 ‘보건의료 발전대책’을 발표했으나 의료계는 “정부안이 일부 전향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미흡하다”며 전면 재폐업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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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보건의료 발전대책〓보건복지부는 이날 △약사법 및 관련 법령 개정 △2002년까지 의료보험수가 100% 현실화 △의사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2002년까지 2조2000억원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며 내년부터 2002년까지 직장인 의료보험료가 6.3%(공무원 교직원은 7.9%) 오른다. 또 9월부터 원외처방료가 하루 1736원에서 2829원(63%), 재진료는 4300원에서 5300원(23.3%) 인상된다.

▽의료공황 확산 우려〓그러나 의료계는 이같은 정부대책에 대해 거부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대 의대교수 262명이 외래 진료를 거부했다. 또 전국 의대교수 협의회가 11일부터 외래 진료를 거부키로 했으며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도 “약사법 전면 재개정, 구속자 석방 및 수배자 해제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일체의 협상을 거부한다”며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도 의대생들의 자퇴를 결의했다.

이런 가운데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정부가 현 상황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12일 폐업 출정식을 갖기로 했다.

의쟁투 관계자는 “임의조제와 대체조제를 근절할 수 있도록 정기국회에서 약사법을 다시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확인해 줘야 매듭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불편과 시민단체 입장〓이날 각 종합병원과 동네 병의원들은 서둘러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대병원을 찾은 오모씨(36)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가 수술을 받기 위해 전북 군산에서 올라왔는데 내일부터 교수들이 폐업을 한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의료계는 생명을 수단으로 하는 집단폐업을 즉각 중단하고 집단폐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또 “정부는 의료계를 위해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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