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경기]"하천형 습지 양섬을 살리자"

  • 입력 2000년 8월 4일 18시 56분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하천형 습지를 간직하고 있는 경기 여주군 남한강 양섬이 최근 들어 무분별한 골재채취와 교량건설로 마구잡이로 파괴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양섬이 북한강에서는 물살이 빨라 찾아볼 수 없고 남한강 내에서도 유일하게 하천형 습지가 조성된 생태계의 보고(寶庫)라고 지적하면서 양섬을 보호하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주군 여주읍내 바로 아래 남한강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112만4436㎡(34만700평)로 여의도 밤섬(7만3100평)보다 4.6배나 크다. 섬 서쪽의 하천 폭 30∼50m, 길이 2.5Km 구간이 폭이 좁고 유속이 느려 호습성의 식물인 갈대, 달뿌리풀, 버드나무 등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전형적인 습지. 각종 곤충과 물고기를 비롯해 흰목물떼새, 물총새, 꾀꼬리, 파랑새 등 물새와 산새 수십여 종이 어우러져 서식하고 있다. 육상식물에서 습지식물로, 습지식물에서 다시 수중생물로 이어지는 생태 연결고리가 안정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섬 동쪽 강변은 수심이 얕고 물의 흐름이 완만해 겨울철이면 수천 마리의 철새떼가 장관을 이룬다. 섬 상류와 중앙은 주민들이 고구마 등 밭작물을 경작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지난해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여의도 밤섬보다도 보전가치가 더 높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섬 전체의 50% 가량이 각종 개발과 훼손으로 신음하고 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여주읍 우회도로(홍문리 42번국도∼가산리 37번국도) 공사구간 내 신여주대교(1875m) 건설을 위해 섬 서쪽 습지 하천을 막고 2월부터 교각 터 파기 및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물의 흐름이 왜곡돼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고 다양한 습지생물의 서식처가 파괴돼 가고 있다.

섬 상류와 동쪽 강변에서는 98년 7월부터 대규모 골재채취가 이뤄져 78만7500㎥의 모래와 자갈이 파헤쳐졌으며 올해 말까지 22만㎥의 물량이 더 채취될 예정이다.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보전된 섬 중앙과 남쪽과는 달리 하얀 모래와 자갈만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남한강 수질오염이 가중되고 갈대와 버드나무 등 강변 식물군락이 훼손돼 철새들의 보금자리도 급속히 사라져가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정밀 생태조사를 벌인 뒤 도립 생태공원 지정 등 생태계 보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이경재교수는 지난달 양섬을 둘러보고 “각종 공사가 생태계에 끼치는 악영향을 검토한 뒤 환경보전대책을 수립하는 전문가 토론회가 필요하다”며 “농경지를 매입한 뒤 양섬을 도립 생태공원으로 지정하는 것도 생태계 보전의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천 여주 환경운동연합 손지민 집행위원장(32)도 “정밀 생태조사가 이뤄지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생물의 다양성과 생태 가치가 드러날 것”이라며 “먼저 생태계 파괴를 불러오는 교량공사와 골재채취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주〓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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