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노동계 껴안기' 주목…노조입장 대변 나서

  • 입력 2000년 7월 11일 19시 12분


구여권에 뿌리를 두고 있어 노조보다는 사용자 쪽에 더 가깝다는 이미지를 주어 온 한나라당이 최근 잇달아 ‘친노조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대표적인 예가 금융노조 파업에 대한 일련의 대응. 한나라당은 파업사태의 발단이 됐던 금융지주회사법안과 관련해 정부안 대신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지주회사법 자체는 통과시켜 주되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에 대해서는 지주회사를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

이 경우 한빛 조흥 외환은행은 지주회사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노조가 반대하는 한빛 조흥 외환은행의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나라당이 법 제정을 추진키로 한 관치금융청산특별법 또한 노조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노조입장 대변 적극 나서▼

한나라당의 ‘친노조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부영(李富榮)부총재 이상득(李相得)경제대책위원장 등은 8일 금융노조를 방문해 관치금융청산 등 5개 사항에 대해 노조측과 ‘공감’한 뒤 향후 국회에서 법 개정시 5개 사항을 적극 반영키로 약속했다.

이에 앞서 이달초 롯데호텔 노조 및 의료보험조합 파업에 대해 경찰이 투입되자 즉각 진상조사위(위원장 이부영, 간사 김문수)를 구성해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민주노총 단병호(段炳浩)위원장과 김경종 롯데호텔 노조부위원장 등을 만나기도 했다.

▼"反민주당 노동자 겨냥"▼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와 관련해 3일 총재단회의에서 “폭압적이고 가공할 만한 경찰 진압사태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투항한 노동자들에게 곤봉을 휘두르는 모습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연상케 했다”며 경찰 투입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서는 ‘친민주당’으로 분류됐던 노동자계층이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반정부’로 돌아서고 있다는 판단 아래 지지계층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순수한 정책적 판단일 뿐"▼

그러나 이총재의 한 측근은 “금융지주회사법안의 경우 순수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정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했을 뿐”이라며 “관치금융문제 또한 오래 전부터 당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해 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이 롯데호텔 노조 강경 진압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선 것도 약자에 대한 공권력 집행이 형평성을 잃은 점을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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