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시험 첫 무효사태-테이프와 시험지 달라

  • 입력 2000년 6월 9일 15시 47분


한국에서 토플시험이 시행된지 60년 만에 처음으로 시험도중 무효처리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9일 오전 서울을 비롯해 전국 11개 대학에서 토플(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시험을 치렀던 5,500명의 수험생들은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자 거센 항의를 제기했다.

이에따라 시험주관 기관인 한미교육위원단은 7월 8일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한미교육위원단 관계자는 "전세계 토플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ETS에서 보내온 녹음 테이프와 시험지의 내용이 서로 틀린 것이 시험도중에 발견됐다"며 "따라서 이날 시험은 불가피하게 전체를 무효(cancel)처리할 수밖에 없으므로 시험도중 문제지와 답안지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미교육위원단이 토플을 공식적으로 주관한 1984년 이후는 물론이고 한국에서 토플시험이 치뤄졌던 1940년 이래 이같은 사유로 시험자체가 도중에 무효처리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미교육위원단의 제임스 라슨 박사(어소시에이트 디렉터)는 "이날 시험을 본 수험생들이 환불을 요구할 경우 전액 환불(80달러 상당)을 할 방침이며 다시 시험치기를 원하는 수험생들은 7월 8일 재시험을 치를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7년 11월 토플시험에서는 일부 시험장에서 잘못 녹음된 테이프가 발견돼 시간을 늦춰 시험을 본적은 있어도 이처럼 시험자체가 무효처리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한미교육위원단 관계자는 말했다.

이같은 사태는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ETS( Educational Testing Service)가 매달 1회씩 전세계적으로 시행하는 토플시험자료 발송과정중 청취력 테스트 섹션인 리스닝(Listening Comprehension) 파트의 지문을 녹음한 테이프 1종류와 다른 문제집을 함께 한국으로 발송한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미교육위원단 측은 "이날 토플시험을 본 50% 정도의 수험생들이 이처럼 서로 일치하지 않은 문제지를 갖고 시험을 보고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해 이를 ETS에 즉시 보고,시험 자체를 취소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대로 이행했다"고 말했다.위원단은 "모든 책임은 미국 ETS가 지게될것이며 수험생들에게는 어떤 불이익도 돌아가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토플시험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대학 및 대학원 유학예정자들에게는 필수적으로 봐야 할 시험으로, 이날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 가운데 올해 유학예정인 학생들에게는 중차대한 불이익이 초래될것으로 보여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날 시험은 서울 성균관대,경희대, 명지대,외국어대, 원주 연대캠퍼스등 전국 11개 대학에서 시행됐다.

김동원<동아닷컴 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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