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이종왕변호사의 신선한 개업 광고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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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회자(膾炙)되는 농담 중에 “변호사법은 1조1항부터 엉터리요, 거짓말이다”는 말이 있다. 1조1항의 내용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빗댄 것.

이 농담에는 “변호사는 ‘장사꾼’”이라는 세간의 비난과 “검찰 법원과 함께 ‘법조3륜’으로 불리면서도 그만큼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법조인들의 자조(自嘲)가 배어 있다.

3일 한 변호사의 개업 광고가 이런 변호사업계에 신선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1일 개업한 전 대검 수사기획관 이종왕(李鍾旺·51)변호사는 3일자 동아일보 1면에 낸 개업 광고에 ‘손님’을 끌기 위한 화려한 경력 대신 ‘변호사법 1조1항을 잘 지키겠다’는 색다른 다짐을 담았다.

이변호사는 “앞으로 인권 옹호와 정의 실현이라는 변호사의 기본 사명에 따라 이 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 대한 지원 및 변호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광고’했다.

‘검찰의 황태자’라는 법무부 검찰1과장 서울지검 형사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그가 비싼 광고비를 내며 밝힌 경력은 ‘대검 기획관을 마지막으로 정든 검찰을 떠났다’는 게 전부.

한 법조인은 “우리 현실에서 변호사가 고향과 학력 경력 등을 시시콜콜히 광고하는 것은 무시 못할 ‘영업 전략’이기 때문”이라며 “이변호사의 광고는 ‘기득권을 모두 버리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변호사 개업 광고는 소송의뢰인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기도 하지만 ‘법조 브로커’에게 ‘법조 비리의 단초’를 제공하는 역기능도 해 왔다고 양식 있는 법조인들은 말한다.

이변호사의 한 지인(知人)은 “이변호사는 ‘변호사 일을 시작하는 것’을 꼭 돈벌이를 의미하는 ‘개업’이라고 표현해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할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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