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작곡가 張一男씨 구속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교수임용시켜 주겠다"…2억여원 받은 혐의

서울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김우경·金佑卿)는 3일 국민적 가곡인 ‘기다리는 마음’ ‘비목’ 등을 작곡한 한양대 객원교수 장일남(張一男·68·작곡과)씨를 교수 채용과 관련한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배화여대 관광중국어통역과 교수 우동완(禹洞完·46)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교수는 98년 2월 정규 교수가 아니어서 교수 임용에 권한이 없으면서도 이모씨(69)에게 “대학 재단이사장 등에게 말해 바이올린 연주자인 당신의 딸을 음대 교수로 임용시켜 줄 수 있다”며 로비 자금조로 7차례에 걸쳐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73년∼97년 2월 한양대 음대 교수로 재직한 장교수는 퇴직한 뒤 개인 오케스트라단을 운영하면서 자금난으로 3억원 이상의 빚을 떠안게 되자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씨로부터 받은 돈을 채무 변제와 오케스트라단 운영에 사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우동완교수는 관광중국어통역과 학과장으로 재직중이던 95년 8월 대학 후배 이모씨(43)에게 “돈을 내면 교수로 채용시켜 주겠다”고 제의한 뒤 이씨로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4차례에 걸쳐 627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장교수와 우교수는 액수가 많고 돈을 먼저 요구한 점이 인정돼 구속했다”고 말했다.

▼장일남교수 누구

장일남교수는 ‘비목’ ‘기다리는 마음’ 등의 가곡으로 대중과 친숙한 작곡가 겸 지휘자.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으로 시작되는 68년작 ‘비목’은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파헤친 대표적 민족가곡이며 ‘일출봉에 해 뜨거든…’의 가사로 알려진 ‘기다리는 마음’은 기다림의 한국적 정한을 그린 것이다. 한양대교수(현재는 객원교수)를 거쳐 1990년 서울아카데미심포니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음악감독을 맡아왔다. 주로 한양대 출신인 60여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최근 경영난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음대의 한 교수는 “장교수는 자기 사단을 형성하는 편도 아니었고, 특별히 교수채용에 입김이 강하다는 평을 듣지도 않았다”면서 “IMF사태 이후 서울아카데미심포니오케스트라에 대한 협찬이나 연주요청이 끊겨 운영난이 심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곡가 김순남의 권유로 평양음악학교를 다녔으며 고교교사 때인 1961년 오페라 ‘왕자호동’을 작곡해 국립오페라단 창단 무대에 올리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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