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大, 학생-교직원까지 사찰 의혹"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9분


성균관대 재단측이 교수들을 사찰해 왔다는 의혹에 이어 교직원 노조와 강사 노조, 총학생회 등 모든 학교 구성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찰 활동을 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재단측이 심윤종(沈允宗)총장의 선임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수집한 자료까지 제공받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와 대학원총학생회는 20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대학원총학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단측이 교내 전 구성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찰해 왔다”고 주장하며 ‘직제 개편에 따른 노사협의관련 서류철’ 등 법인사무국에서 입수한 97종의 문건을 증거로 공개했다. 학생들은 11일부터 등록금 투쟁의 일환으로 대학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하던 중 법인사무국에서 이 문건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 총괄지원팀과 학생처, 재단 소속 법인사무국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이 문건들은 삼성그룹이 재단을 맡은 직후인 97년4월부터 최근까지 교수 사회와 강사 노조, 학생들의 동향과 이에 대한 대응책까지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한 문건은 97년초 출범한 이 대학 강사 노조와 관련해 ‘노조 설립 적극 가담자들을 강사직에서 전격 해촉하는 것은 물론 형사 고발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등 ‘무력화 대책’까지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내 동문 인맥과 사전에 협의해 이들을 형사 고발하고 한 시간 뒤 피의자 소환이 가능하도록’ 추진할 것을 재단측에 권고하고 있다.

또 다른 문건은 ‘(심총장이) 과거 삼성재단 반대에 앞장서다 재임용에 탈락한 적이 있는 일부 교수를 대학원장에 임명하려 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재단에 반대했던 인물은 용납할 수 없음을 (심총장에게) 인식케 하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2월10일자로 된 ‘성대, 총장 신임 관련 동향보고’라는 문건에 따르면 재단은 국정원의 인물 평가자료까지 제공받아 활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문건은 당시 심 신임총장에 대한 교수 및 직원 사회의 평가와 함께 국정원 의견이라는 항목 아래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임(개인의 인물평과 학내의 평판에 대한 정보를 재단측에 제공했으나 재단이 심총장을 임명한 것은 의외임)’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직현(宋直顯) 재단 상근이사는 “학교내 동향 파악 등을 법인 사무국 등에 지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학교 발전 방안을 찾기 위한 경영 활동의 일환이었다”며 “국정원 자료는 국정원에 인맥이 있는 한 교수를 통해 건네받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직원이 개인적으로 건네줬는지는 몰라도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자료를 건네준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