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宋씨 집성촌 표정]"엎친데 덮친 火魔…지긋지긋 해요"

  • 입력 2000년 4월 8일 19시 23분


“때린 곳을 또 때리니…. 더 이상 여기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큰 산불로 4년만에 또 집과 축사 등을 모두 잃은 강원 고성군 죽왕면 삼포2리의 송태홍(宋泰弘·57) 송태섭(宋泰燮·65) 송갑근(宋甲根·56)씨.

▼마을전체 불길에 잿더미▼

송씨 집성촌인 삼포2리 고향을 지키며 줄곧 농사를 지어온 이들은 8일 산불이 휩쓸고 간 마을을 바라보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산불도 4년 전 화마(火魔)와 양상이 비슷했다. 총선이 있던 달 불이 났고 오전 1시경 요란한 비상 사이렌 소리에 아이들을 깨워 밖으로 데리고 나간 것도 똑같다.

▼"불꺼진뒤 소방차 왜오나"▼

군부대가 있는 곳에서 불이 났고 마을이 모두 불에 탄 뒤에야 소방차가 나타난 것도 4년 전 그대로다.

다른 점이 있다면 4년 전에는 불이 서쪽에서 밀려왔지만 이번에는 동쪽에서 들이닥쳤다는 것.

송태홍씨는 “손도 써보지 못하고 4년만에 또 이런 일을 당하니 살고 싶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송갑근씨는 “4년 전 불이 지나간 자리에 있던 나무를 모두 베어내 또 불이 나도 불길이 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번에도 불길이 순식간에 집을 덮쳤다”며 “고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시련이 닥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불로 살 집을 잃은 송태섭씨는 마을회관 옆에서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마을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송태홍씨는 “당장 어떻게 생계를 꾸리고 아이들 교육비를 댈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평소 산불 대책에 무관심하다가 불만 나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싫다”고 입을 모았다.

<고성〓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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