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윤락녀 영광서 감금생활…서울로 신고 구조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5분


“손님이 너무 귀찮게 굴어 반항했더니 다음날 마담한테 옥상에서 빗자루로 심하게 얻어맞았다. 얼마나 맞았는지 등이 시퍼렇게 멍들어 똑바로 누워 있기도 힘들었다.”

전남 영광군 영광읍의 한 윤락가에서 2년 넘게 감금당한 채 윤락을 강요받던 김모씨(24)가 자신의 사연을 담은 편지를 서울 종암경찰서로 전달, 30일 극적으로 구출됐다.

이 편지는 한 손님이 김씨로부터 몰래 받아 팩스로 서울종암경찰서 김강자(金康子)서장에게 보내 경찰이 출동하게 됐다.

김씨는 경찰에 보낸 편지에서 “모든 사생활은 폐쇄회로TV를 통해 감시받았고 심지어 목욕 갈 때도 감시자가 따라붙었다스트립쇼 연습을 위해 매일 1시간씩 연습을 강요당했으며 아무리 아파도 일을 해야 했다”고 지옥과 같았던 그 동안의 생활을 털어놨다.

김씨가 이런 사실을 관할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것은 경찰과 업주가 연결돼 있다는 심증 때문. 김씨는 편지에서 “경찰관아저씨 밥값도 우리(아가씨들)가 냈다” “동료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 조사받은 적이 있는데 경찰관아저씨들이 전부 사장 편을 들었고 아가씨들의 진술서도 조작했다”고 적었다. 종암경찰서는 30일 오전 전남 영광군에서 김씨가 일하던 B업소 업주 이모씨(40)를 붙잡아 윤락행위 등 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가 진술서를 업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했다고 지목한 영광경찰서는 이날 “지난해 8월 이 업소가 윤락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사에 들어가 이씨의 아내 박모씨(40)를 구속시키는 등 철저히 수사했다”며 “김씨 등 윤락녀들이 업주를 감싸고 돌아 오히려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명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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