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스톡옵션 巨富' 탄생…핵심인력 벤처이직 예방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벤처기업이 대기업의 핵심인력을 빼내가자 대기업도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으로 본격 맞대응하기 시작해 대기업에서도 수십억원을 거머쥐는 임직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발행주식의 1%인 150만주를 임원 76명에게 스톡옵션으로 배정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16일 주주총회에 기준가격과 배정물량 등을 담은 안건이 상정된다.

한사람당 약 2만주를 배정받게 된 삼성전자 임원들은 이날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크게 기뻐하는 모습.

배정 대상자는 윤종용 대표 등 최고 경영진과 주요 임원이며 일반사원은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톡옵션제 도입은 경영성과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벤처기업처럼 대우해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앞으로 평사원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주총결의 이전 2개월 1개월 및 1주간의 평균가격과 액면가 중 높은 가격이며 옵션 행사시기는 옵션 부여일 3년 경과 이후 7년 이내다.

증권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대체적으로 오를 전망이어서 스톡옵션을 받은 삼성전자 임원들이 3년 뒤에 옵션을 행사하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행사가격이 25만원 수준(2일 종가는 29만4000원)에서 결정되고 3년 뒤 주가가 35만원 수준만 돼도 임원들은 1인당 평균 20억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이같은 제도를 통해 삼성전자는 76명의 핵심 경영인력을 3년간 안전하게 확보하게 됐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이다.

스톡옵션제는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행사가격 5000원에 30만주를 받게 되는 등 일부 시행돼 왔지만 삼성전자처럼 대규모로 배정하기로 한 경우는 없었다.

반면 벤처기업은 전체지분의 10% 이상을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스톡옵션 등으로 나눠주면서 핵심기술인력을 스카우트함으로써 사회전반에 벤처바람을 몰아왔다.

대기업의 우수인력이 벤처기업으로 계속 빠져나가는 추세여서 스톡옵션제를 도입하는 대기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 이외에 올 주총에서 스톡옵션제를 도입하기로 최근 이사회에서 결의한 상장기업은 삼성전기 삼성항공 한국컴퓨터 금강개발 삼보컴퓨터 한별텔레콤 제일기획 등이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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