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은행제' 첫 학위수여…총 684명 학사모

  • 입력 2000년 2월 21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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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중퇴한 지 46년 만에 학위를 받게돼 기쁩니다.”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회 학점은행제 학위수여식에서 공학사 학위와 함께 특별상을 받은 최고령자 윤영철(尹永喆·68·소보측량정보사 대표)씨.

윤씨는 51년 서울대 토목공학과에 입학, 졸업을 1학기 앞두고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했다. 그는 경북 문경, 강원 삼척 등지의 광산에서 일하며 취득한 측량정보기사 토목기사 광산보안기사 등의 자격증으로 학점을 인정받아 학위를 받게 된 것.

윤씨는 “자격증만으로 ‘대학 중퇴’라는 꼬리표를 떼게 됐지만 서울대에 재입학해 졸업장을 받는 길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98년부터 시행된 학점은행제는 교육부가 고시한 대학 평생교육원 학원 직업교육기관 등에서 140학점 이상 수강하면 학사학위, 80학점 이상 수강하면 전문학사 학위를 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대학에서 얻은 학점은 물론이고 국가기술자격증도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학점이 은행계좌에 돈이 쌓이듯 누적돼 시간제약 없이 일정한 학점을 ‘저축’하면 누구나 언제든지 교육부장관 명의의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이수삼(李壽三·44·공학사)씨는 공고를 졸업한 뒤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며 틈틈이 대학 사회교육원에서 교양과정을 배우고 건축기계기술사 보일러기능장 기술지도사 등 무려 17개의 자격증을 얻어 이날 공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씨는 올해 영남대 대학원 석사과정에 합격했다. 또 소아마비라는 불편한 몸으로 공부를 계속해 보석가공기능사 전기기사 등 자격증을 따고 지방기능경진대회 보석가공 부문에서 동상을 받은 고정훈(高正勳·28·공학사)씨, 뇌성소아마비를 앓은 박상욱(朴相昱·27·공업전문학사)씨와 박민순(朴¤淳·29·공업전문학사)씨도 정보통신산업기사 등 자격증을 따 특별상을 받았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111명이 공학사 등 9개 학사학위를, 539명이 경영전문학사 등 5개 전문학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해 8월 학위를 받은 34명도 이번에 함께 학위증을 받았다. 학점은행을 관리하는 교육개발원은 올해 강좌 개설기관을 264개에서 323개로, 학습과목을 3051개에서 4417개로 확대했다.

<하준우기자> 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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