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문화도 '바꿔'…일석점호 없애기로

  • 입력 2000년 2월 21일 19시 42분


‘고참의 식판을 졸병이 대신 닦아주는 건 금지, 일과 후 1시간은 반드시 영어나 컴퓨터를 공부하며 내무반에 병사들을 모아놓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석점호는 사라진다.’

수용과 통제위주의 군 병영생활이 자기계발과 자율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국방개혁위원회가 군병영생활을 자율과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선진시민 교육장으로 바꾸기 위해 21일 마련한 ‘신(新)병영문화 만들기 방안’에 따르면 개인 또는 단위 부대별 임무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병사 개개인이 자신의 일을 책임지고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빨래, 식판 닦기, 개인장비 정비, 불침번을 하급자에게 떠넘기는 게 엄격히 금지된다. 고참들의 횡포를 없애기 위해서다. 내무반 청소, 부식 수령, 막사와 부대장비 정리 임무는 분대별로 맡겨진다.

일과(오전 8∼12시, 오후1∼5시)이외의 시간은 분대 단위로 식사 청소 자기계발 등에 활용하면 되는데 1시간은 반드시 영어나 컴퓨터, 한자를 배우도록 했다.

육군에 따르면 병사의 43% 가량이 군 입대 전 컴퓨터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는데 중대에는 PC방, 대대에는 인터넷방을 만들어 워드프로세서부터 인터넷 검색까지 컴퓨터를 체계적으로 가르쳐 ‘컴맹’을 없앤다는 방침.

일조점호는 지금처럼 실시하되 일석점호의 경우 선임 분대장이 병사 숫자와 건강상태를 확인해서 당직사관에게 보고하는 형식으로 바뀐다. 이 계획이 제대로만 실시되면 ‘점호만 없으면 군대에 말뚝박겠다’는 말도 사라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국방개혁위원회는 한 달에 평균 24차례나 되는 상급 부대의 검열이나 지도방문을 크게 줄여 부대운영에 자율과 창의성을 높이도록 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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