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고마워서…못배워서 …'할머니의 장학금'

  • 입력 2000년 2월 21일 19시 42분


○…“관광길 휴게소에서 일행이 탄 버스를 놓쳤어요. 지갑마저 버스에 놓고 내렸으니 얼마나 난감했겠어요. 그 때 도움을 받은 것이 너무 고마워서….”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사는 고정희(高正熙·66)할머니는 96년부터 5년째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 양양군 강현중학교에 매달 10만∼20만원의 장학금을 보내고 있다.

고할머니가 이 학교에 장학금을 보내게 된 것은 임명주(林明珠·48·현 강원 정선실업고 근무)교사와의 인연 때문. 고할머니가 95년 친목계 회원 30여명과 강원도로 관광을 갔다가 양양군 현남면의 한 휴게소에서 그만 버스를 놓쳤을 때 고할머니를 도와준 사람이 바로 임교사였다.

당시 강현중학교에 근무하던 임교사는 고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듣고 30여㎞ 떨어진 강릉시 연곡면 소금강까지 승용차를 몰아 어렵사리 고할머니 일행을 찾았다.

서울로 돌아온 고할머니는 ‘뭔가 보답할 게 없을까’하고 고민하다 임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 장학금을 보내기로 했다.

고할머니는 용돈을 푼푼이 모아 96년 1월부터 매달 3만∼10만원의 장학금을 보냈다. 97년부터는 세딸과 올케, 고종사촌 여동생까지 나서 매달 10만∼20만원씩 송금했다.

고할머니가 그동안 이 학교에 보낸 장학금은 모두 731만7000원. 강현중학교는 ‘고송(高松)장학금’이란 이름으로 환경이 어려운 11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고송’이란 장학금 이름은 할머니의 성과 학교에 소나무가 많은 점을 감안해 학교측이 지은 것이다.

<양양=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행상 등을 하면서 어렵게 생활해 온 전청금(全靑金·75·대구 남구 대명동)할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 2억원을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21일 영남대에 기탁했다.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돼 언젠가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이제 허전했던 마음 한구석이 채워진 것 같습니다.”

충북 영동의 한 산골마을에서 태어난 전할머니는 6·25전쟁 당시 남편과 함께 대구로 이주한 뒤 행상과 구멍가게를 하면서 한푼 두푼 돈을 모았다.

전할머니는 80년 남편과 사별한 뒤 자식(1남 1녀) 뒷바라지를 하면서 대구의 한 사찰 신도모임 회장을 맡아 남모르게 어려운 이웃을 도와왔다.

전할머니는 이번 장학금 기탁사실도 “별로 자랑할 일이 아니다”며 알려지는 것을 꺼렸으나 대학측이 간곡하게 설득해 이날 대학 본관에서 열린 장학금 기증식에 참석했다.

영남대는 전할머니의 성과 법명인 수도행(修道行)을 따 ‘전수도행(全修道行)장학금’으로 이름 붙이고 올해부터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대구=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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