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연대에 소명자료 봇물]허리굽힌 의원님들

  • 입력 2000년 1월 20일 19시 38분


“저는 나쁜 국회의원이 절대로 아닙니다. 잘 봐주십시오.”

여야가 시민단체의 공천반대명단을 선별 반영키로 하는 등 24일 발표될 총선시민연대 명단의 ‘파괴력’이 커지자 국회의원들의 ‘변명성’ 해명이 줄을 잇고 있다.

팩스나 택배로 추가소명자료를 보내오는 의원들은 그나마 점잖은 편. 보좌관을 보내 자신의 이름이 검토되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눈치형’, 평소 친분있는 시민운동가들에게 호소하는 ‘읍소형’, “명단을 신중하게 발표하지 않으면 재미없을 것”이라는 ‘협박형’에 직접 총선연대 사무실을 찾는 ‘발로 뛰는 형’까지 다양한 모습이다.

한 무소속의원의 보좌관은 19일 총선연대 사무실을 찾아와 “여기에 계신 분들 중 어느 분이라도 필요한 자료가 있으시면 요청만 해주십시오. 저희가 즉시 대령해 올리겠습니다”라고 극존칭을 사용하며 절박한 심정을 표현했다. 그는 “명단을 최종심사하시는 분의 성함만이라도 알려달라”며 매달려 관계자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친분을 이용한 전화공세도 만만치 않다.

참여연대의 한 간부는 “알고 지내던 의원이 전화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않느냐. 혹시 명단에 올라 있으면 제발 잘 봐달라’고 부탁하더라”고 말했다. 박원순(朴元淳)상임집행위원장은 “명단에 들어갔는지 확인하려는 전화를 60여통 받았다”고 말해 의원들의 ‘로비열기’를 실감케 했다.

협박형 의원도 적지 않았다. 한 의원 보좌관은 전화를 걸어 “명단을 졸속으로 만들면 국민이 신뢰하지 않을테니 조심하라”며 한참 기세를 올리더니 곧바로 “그런데 우리 ‘영감’도 명단에 들어있느냐”며 정보를 캐내려 해 관계자들을 실소케 했다.

또 20일 오전에는 여야 중진의원 3명이 직접 총선연대 사무실을 찾아와 “의원들이 모처럼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한편 21일 ‘불성실 15대 국회의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던 정치개혁시민연대(정개련)에도 의원들의 소명자료가 쇄도해 정개련도 발표를 다음주로 연기했다. 정개련에는 14일부터 모두 150여명의 의원들이 소명자료를 보내왔다. 여야가 시민단체의 명단을 공천에 반영할 방침이고 이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 높아 의원들의 막판 ‘눈치작전’과 로비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