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바쁩니다" - 검찰 "바꿉니다"

  • 입력 2000년 1월 6일 00시 18분


‘골무’와 ‘해치상’.

법원과 검찰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최근 각각 일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대법원은 신년 선물로 전국 법관들에게 고무로 만든 ‘골무’ 두 개씩을 나누어 주기로 하고 현재 제작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무 골무는 많은 서류를 넘기는 데 편리해 소송 폭주로 재판기록과 씨름하는 법관들이 애용하는 물건.

고무 골무를 선물하자는 아이디어는 손지열(孫智烈)법원행정처 차장이 냈다. 그는 “고무골무를 끼고 서류를 넘겨보면 얼마나 편한지 금세 알게 된다”며 “날마다 서류 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법관들에게 가장 필요할 것 같아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이 시대 판사들의 최대 소망은 자신이 맡은 사건의 절반을 누군가가 대신 재판해 주는 것”이라며 “과로와 격무로 지난해 100여명에 가까운 판사들이 옷을 벗은 우리 법원의 현실을 보여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검은 새해를 맞아 청사 1층 현관 로비를 새롭게 단장했다. 새단장의 핵심은 로비 구석에 있던 선악(善惡)을 가린다는 상상의 동물인 해치상을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건물 안쪽을 바라보고 있던 방향도 바깥세상 쪽인 현관을 향하게 만들었다.

대검은 또 검은색 붓으로 한 획을 그은 듯한 가로 6m, 세로 2m 크기의 그림을 로비 벽면 반대편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분홍색 등을 많이 사용해 밝은 분위기가 나는 대형 그림을 달았다. 이에 대해 검찰 내에서는 “종전 그림에 ‘먹칠’의 의미가 있었다”거나 “해치상 뿔이 검찰 안쪽을 향하고 있어 수난을 당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라는 해석들이 분분하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조직 전체가 당한 아픈 기억을 잊고 새롭게 거듭나는 검찰이 되자는 의미에서 로비 단장을 새로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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