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12월 6일 19시 4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청량리역 광장에서는 엄정화의 ‘페스티벌’을 개사한 로고송이 울려 퍼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이 ‘여성의 손으로 정치를 확 바꾸자 뒤집자’란 주제로 마련한 여성유권자축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성단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남성중심주의가 뿌리깊은 정치권을 겨냥해 여성들이 새판짜기에 나선 것.
여성유권자축제를 기획한 여성연합 남인순(南仁順)사무처장은 “삶과 정치가 다르다는 생각 때문에 여성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선 전까지 지역별로 여성유권자축제 등을 통해 여성유권자의 관심을 높이고 여성의 삶을 개선하는 방안이 정책으로 만들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 겨냥 공천 30%할당 요구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평등한 새천년을 향한 여성들의 10가지 희망’에서 △호주제 폐지 △각급 선거공천시 30% 여성할당제 도입 △양성평등한 정치문화 확산 등을 천명했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여성들을 선정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려는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련)도 최근 발족했다.
장하진(張夏眞·충남대 교수)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30% 여성할당제가 당선권 내의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지역구 공천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준비된 여성들은 단지 비례대표를 희망하지 않고 여성정치인에게 가장 어려운 관문인 정당 공천에 30% 할당되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독자적으로 여성 정치인을 만드는 등 여성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15대 국회에서 여성의원은 여야 모두 11명으로 3.7%. 그나마 전국구 의원을 빼면 지역구 의원은 고작 3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여세련의 주장은 더욱 힘을 얻는다.
★'정치네트워크' 결성 출마희망 후보 교육
여성단체들의 정치교육도 활발하다. 이미 교양강좌 수준을 넘어서 실전에 대비한 정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치연맹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 한국여성정치연구소 등 여성들에 대한 정치교육과 훈련에 주력하고 있는 여성단체들은 ‘여성정치네트워크’를 구성해 연대활동을 펴고 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2∼4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개발원에서 총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했거나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여성과 참모 30여명을 대상으로 ‘여성후보자 교육’을 실시했다.
여성유권자연맹은 10월부터 사이버공간에서 여성들이 직접 공약을 내세워 출마하고 투표하는 ‘2000년 제16대 총선대비―여성 사이버 선거’를 개최하고 있다.
여성정책을 중심으로 가상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함으로써 여성의 정치 참여를 도모하는 프로그램. ‘여성 사이버 선거’에 입후보한 4명의 후보는 10일까지 사이버상에서 치열한 선거운동을 벌인 뒤 11∼17일 ‘사이버 유권자’의 선택을 받게 된다.
14세 이상 네티즌은 누구나 홈페이지(www.womenvoters.or.kr)의 온라인 투표시스템을 통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실제 선거연령은 만 20세 이상이나 젊은층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참여대상자를 중고생까지로 확대했다는 것이 유권자연맹측의 설명.
그러나 당장은 여성단체의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어 여성단체들은 활동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백영옥(白永玉)명지대교수는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여성단체의 선거운동과 정치자금 지원이 가능하도록 선거법 개정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