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수사/내용-의문점]매출장부 조작 배후는?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14분


옷로비 의혹의 주무대인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 대한 수사에서 특별검사팀이 밝혀낸 것중 가장 의미있는 부분은 호피무늬 반코트의 배달시점 및 반납일자가 달라진 점이다.

이는 옷 로비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 결론지은 검찰 및 사직동팀의 수사구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과 사직동팀의 사건 축소은폐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고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등 핵심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라스포사의 상실의 매출장부가 올 1월초 사직동팀의 내사직전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배후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관련자중 누군가가 조사가 시작되리라는 낌새를 알아채고 정사장 부부에게 ‘황급히 물증을 폐기하라’는 메시지를 전했을 가능성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씨의 남편인 정환상(鄭煥常)씨 ‘교회계통에서 조사소문을 들었으며 우리 도움을 받은 누군가가 팩스를 보내왔다’고 밝혔는데 진위여부는 알수없다.

특검팀은 관련자들의 진술 및 증거를 토대로 호피무늬 반코트가 연씨 집으로 배달된 시점은 지난해 12월19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의 과거조사에선 12월 26일이라고 발표됐었다.

정씨의 남편도 16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특검팀과 일치된 진술을 했다. 그는 또 반코트 반납시점도 검찰이 발표한 올해 1월5일이 아니라 2,3일 뒤인 1월7,8일경이라고 밝혔다.

남편 정씨는 또 ‘자신도 모르는 새에 차에 실려왔다’는 연씨의 진술과 달리 호피무늬 반코트를 “구입할 생각으로 가져갔다”고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같은 수사내용과 정씨의 진술은 △연씨는 운전사가 반코트를 트렁크에 넣어 집에 갖다놓는 바람에 배달 자체를 몰랐으며 △배달날짜는 지난해 12월26일이고 반납은 올해 1월5일이었다는 사직동팀과 검찰수사의 핵심을 뒤엎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 검찰의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 수사는 연씨가 반코트를 보관하고 있었던 기간이 19, 20일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그 절반인 10일간으로 축소한 셈이 된다.

특히 연씨가 구입한 것을 ‘배달’이라고 연씨에게 유리하게 내용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만일 검찰이나 사직동팀이 의도적으로 이같은 축소은폐를 시도했을 경우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씨 본인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국회 청문회에서의 진술이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위증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본인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특검팀은 이같은 변명을 납득하지 않는 분위기다.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검팀 수사가 단순한 ‘옷로비 여부’에 대한 수사에서 ‘권력의 축소은폐 의혹’ 수사로 질적 전환을 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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