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쪽+α? 궁금증 더해가는 '사직동팀 보고서'

  • 입력 1999년 11월 5일 20시 25분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팀의 옷로비의혹 수사가 중반전에 들어서면서 ‘사직동 보고서’의 공개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특별검사는 “2월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사보고서 요약본 제출을 청와대에 요청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말 사직동팀에 ‘옷로비의혹 조사자료 일체’를 요청했다. 사직동팀은 이때 130쪽짜리 ‘내사 자료’를 제출했다. ‘대통령 보고서’는 이미 청와대에 제출해 보관하고 있지 않다면서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5일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청와대 보고서는 당연히 컴퓨터에 저장돼 있을테니 새로 출력해 보내면 될텐데 왜 협조가 안되는지…”라며 아쉬워했다.

사직동 보고서에 대해서는 그동안 분량, 검찰제출 여부, 라스포사 여종업원 이모씨에 대한 조사여부를 둘러싸고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금까지 “제출받은 보고서는 130여쪽 분량이며 5월말 검사 1,2명만 훑어본 뒤 서울지검 3차장실 금고속에 보관하다가 돌려줬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사직동팀은 “5월말 검찰에 130쪽짜리 보고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검찰이 수사상 예단(豫斷)을 갖기 싫다며 거부해 그냥 돌아왔다”고 말하고 있어 어떤 종류의 ‘사직동 보고서’가 검찰에 제출됐다 반환됐는지의 여부가 우선 불확실하다.

또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관계자는 “사직동 자료를 수사검사들이 역할분담한 부분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돌려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고서의 두께가 7,8㎝ 정도는 됐다고 전했다. 이는 300쪽 이상의 분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130쪽짜리 보고서와 동일한 것인지의 여부도 의문이다.

이밖에 사직동 조사자료에 라스포사의 종업원 이씨에 대한 조사부분이 들어있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씨는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호피코트를 구입할 의사가 있었는지를 밝혀 줄 결정적인 증인. 그러나 5월말 검찰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잠적해 검찰 수사를 받지 않았다.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이씨와 관련해 “사직동팀이 보낸 자료에는 이씨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사직동팀 고위관계자는 최근 “이씨를 조사한 적도 없으며 라스포사 여종업원이 이씨인 것도 올 1월 조사를 마친 후에야 알았다”고 이씨에 대한 조사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수사 직후인 6월 초 일부 확인된 사직동팀 기록(50∼60쪽 분량)에는 의상실 라스포사의 여종업원 이모씨의 진술이 분명히 포함돼 있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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